"이만큼 넓은 앞마당 보신적 있으세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등학교. 이 학교 인근 주민인 송정숙씨(42)는 요즘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한결 상쾌하다. 그동안 시야를 가리던 칙칙한 색깔의 서울고등학교 담장이 모조리 사라졌기 때문. 송씨는 "철조망까지 쳐져 있던 담장이 없어지고 대신 나무가 심어져 인근 주민들이 모두 즐거워하고 있다"며 "공짜로 널따란 앞뜰이 생긴 기분"이라고 흐뭇해 했다. 현재 서울고는 정문쪽과 측면 등 3백50m 길이의 담을 허무는 1차공사를 마치고 소나무 전나무와 같은 상록수를 심는 2차 공사를 진행중이다. 김병철 서울고 교장은 "처음에는 일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단속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젠 담을 넘는 '스릴'이 없어져서 그런지 오히려 학교 밖으로 몰래 나가는 학생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선 자치단체와 학교를 중심으로 '담장 허물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폐쇄적인 느낌을 지우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담이 허물어지고 있는 곳은 대구. 대구광역시와 시의회를 포함해 경북대 영남대 등으로 구성된 '대구사랑운동 시민회의'가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시도 4개년 계획을 세워 1백23개기관에 대한 담장녹화사업을 진행중이며 학교 가운데는 서울고를 포함해 성내초교 동대부고 등이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몇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도심지에 적합하지 않은 나무가 심어지거나 일부 시민들이 나무를 심어 만든 담을 넘어가는 바람에 애써 만든 녹지공간이 훼손되고 있는 것.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어떤 경우엔 녹지조성에 들어간 예산보다 복원하는 데 비용이 더 들어가고 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