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0여대의 전투기 및 전폭기를 걸프지역으로 이동하도록 명령, 군사보복 계획을 위한 최초의 구체적 조치를 취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인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주재하는 서방국가대사관들은 19일 외교관 가족과 비(非)필수 요원들의 철수를 개시했다. 웬디 챔벌린(여) 파키스탄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대사관의 비필수 요원들에게 본인이 원할 경우 이번 주 전반에 이슬라마바드를 떠나도 좋다는 통보했으나 소개령이발동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하고, "파키스탄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전은 아주 만족할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 주재 영국 고등판무관사무소는 현지의 자국민에 대해 "안전상황에비추어 보아" 본인들이 파키스탄에서의 철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아프간에 인접한 파키스탄 북서변방주(NWFP), 발루치스탄 및 북부지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은 즉각 떠나도록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등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앞서 NWFP와 발루치스탄 거주 자국민에 대해서만 그 지역을 떠나도록 했던 호주는 비필수 요원과 그 가속을 포함한 모든 자국민에 대해 파키스탄 철수를 고려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외교관들은 이들의 파키스탄 철수가 예방차원의 행동으로 공황상태의 조짐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영국 고등판무관사무소는 일부 비필수 요원들의 피키스탄 철수를 위해 특별기 1대를 전세냈으나 출발은 21일이 될 것이라고 한 외교소식통이 밝혔다. 한 유럽국가 외교관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파키스탄에서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는파키스탄인 시위가 폭력사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따라 파키스탄 내의 외교가에서는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슬라마바드의 영국학교는 이미 폐쇄됐으나 프랑스.미국 학교는 19일 현재도 문을 열었다. 일본대사관은 자국민에게 파키스탄을 떠나도록 해 465명의 일본인 가운데 353명이 이미 떠났다고 밝혔다. 또 한국대사관은 419명의 자국민 가운데 108명이 떠났다면서 상태가 악화될 경우에 대비, 교민 비상 철수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철수는 파키스탄 최대의 도시인 카라치에서 5천여명의 시민들이 반미 시위를 벌인 이후 가속되고 있다. 카라치 시위는 현재의 위기가 발생한 이래 최대규모로서 당국은 시위자들이 카라치 주재 미국총영사관으로 행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력을 배치해 두고 있다. 미국총영사관 직원 가족은 18일 현지를 떠났다. 시위자들은 현재까지 평화적이지만 정보 소식통들은 강경노선의 종교단체들이 파키스탄의 미국 지원 반대를 위해 폭력적인 수단에 의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여개의 이슬람정당들로 구성된 한 연합체는 21일의 금요기도회를 마친 후 전국적인 동맹파업과 항의시위의 전개를 촉구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ㆍ카라치 AFPㆍdpa=연합뉴스) d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