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철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15일부터 3박4일 간 서울에서 열린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된 5가지 사항들은 우리에게 몇가지 의미를 제공해 주고 있다. 첫째,남북관계를 우호적인 정상관계로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보여주어야만 하는 상징적 문제들에 합의를 이루어냄으로써 이것이 다른 문제들의 해결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게 됐다. 당국 간 및 민간급 대화의 지속성에 합의했고,이산가족의 상봉을 지속 가능케 했으며,남북관계를 전개함에 있어서 사전적 해결과제인 군사적 보장문제를 합의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남북관계 개선과정의 효율화를 위한 가능성을 제공해 주었다. 경의선 철도 연결,금강산 육로 연결 등 지리적 연계사업을 통한 남북연계의 효율화를 이룰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착공,공동어장 운영,가스관 연계 등의 사업을 통한 산업연계의 효율화 가능성을 높였다. 셋째,남북경협의 안정성과 정상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남북경협 4대 합의서를 각자 법률적으로 발효시키도록 함으로써 현재의 비합리적 경협방식과 관행을 시정하도록 구체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넷째,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기획되고 있는 목표와 사업들이 보다 구체화되었다는 점이다. 합의서에 제시된 모든 사업들이 수산부문,경협 실무부문,해운부문,철도 및 공단부문 등 각각의 실무회담을 통해 사업실현의 구체성과 기술적 실천가능성을 높이도록 했다. 다섯째,앞으로 전개될 남북사업들의 속도감을 예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몇달 전에 합의돼야 실천 가능했던 과거의 사례를 뛰어넘어 사업들이 '빠른 시일' 내지는 '한달' 내에 이루어지게 하는 급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이번 장관급회담에서의 합의들은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주었을 뿐 '확실성'을 준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거니와 최근까지도 '일관적이지 못했던' 북한의 자세들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합의서의 화려한 문구에 흥분하고 믿어버릴 감정은 아니다. 또 한가지 의문시되는 것은 합의서에 제시된 사업들의 이면에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명쾌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의선 연계,공단 조성,금강산 육로 연결,가스관 연계,공동어장 운영 등이 '감동스러운 사업'들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이것들을 실천함에 있어서 재정적 기술적 문제 해결책들이 제시되지 않아 남한측의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앞으로 갖게 될 실무회담에서 이러한 논의들이 구체화되겠지만,이 사업들을 실행함에 있어서 북한의 기여 가능성은 현실여건상 대단히 낮을 것이고,중국이나 러시아 내 지원가능성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사업을 위해 국제기구가 북한을 지원할 상황은 더 더욱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전개될 여러 가지 사업들은 실천 가능성있게 협력범위와 수준을 결정하고 남북 각자의 공동기여도를 높이면서 상호 책임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양측은 합의한 실천프로그램에 정확히 시간적으로 일치시키면서 전개해야 한다. 향후 남북관계는 거시적으로 합의된 사안들을 실천하기 위한 다방면적인 실무대화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실천과정에 있게 될 실무 대화들에서는 재정분담문제,기술문제,노동력 이용문제,제도 및 행정절차의 구체화문제 등 양측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이러한 것들은 갈등을 유발시키는 요인들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대안들을 만들어 나감에 있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성'과,북측이 접수할 수 있는 '현실성',그리고 남북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경제성'을 담을 수 있게 실천 대안들의 면밀성과 기술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mjcho@kiep.go.kr ◇필자 약력= △김일성종합대 경제학 박사 △김일성종합대 경제학 교수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