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로 미국 경제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 경제계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수송과원유가 상승, 환율변동 등에 따른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경제계는 특히 이번 사태의 파장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우리 경제의 특성상 미국 경제의 위축에 따른 악역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 움직임= 삼성은 12일 오전 정례 사장단회의를 열었으나 이번 사태의정확한 상황파악이 아직 안되고 있는 만큼 특별한 논의는 하지 않고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 계열사별로 반도체와 기타 제품의 수출, 환율변동 등에 따른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삼성은 현재까지 이번 테러로 인한 계열사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는 사건 발생당시 무역센터에 근무중이던 3명의 LG투자증권 직원들이 모두 무사하고 LG화학, LG전자, LG상사 등 5개 계열사 현지법인들은 뉴저지에 소재하고 있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LG 관계자는 "각 계열사들이 미국 출장자들에 대한 소재를 파악한 결과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고 현지사태가 안정된 후 귀국시킬방침이며 미국 출장 예정자들은 일정을 다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현지법인들은 미국 테러관련 정보수집에 들어갔으며 각 계별사별로는 이번사태로 인해 미국내 보안이 강화돼 수출통관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출현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대는 현대증권 지점이 무역센터에 입주해 있지만 현지 직원 및 가족들이 모두무사하고 현대상선 뉴욕지점도 사무실이 허드슨강 건너 뉴저지주에 소재하고 있어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현대는 또 미국 전역 공항 폐쇄에 이어 현재 뉴욕 항만에 모든 선박의 입항이금지되고 있지만 현재 뉴욕행 현대상선 선박은 없어 안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날 오전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영향을 점검했으나 사고지역에 진출해 있는 계열사나 지사가 없어 피해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동부그룹은 계열사들의 수출 등 대외무역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현지법인 동부USA의 뉴욕지사가 있긴 하지만 확인결과 사고지점과 멀리 떨어져 있고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안도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이번 사태로 인한 수출과 환율문제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전자업계= 삼성전자는 미국지역 법인의 피해는 일단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항공수송에 의존하는 반도체 수출의 특성상 대한항공을 비롯한 미국행 비행기의 운항 중단에 따른 수출차질 우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일단 지리적으로 미국에 가까운 캐나다 밴쿠버공항 등으로 수출물량을 수송한뒤 공항에서 대기토록 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정상적인 반도체 수출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번 미국 테러사태로 항공편으로 수송되는 LCD모니터 수출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또 수출의존도가 높은 가전업종의 특성상 미국 금융불안에 따른 원화 평가절상움직임으로 채산성이 다소 나빠질 가능성을 걱정하는 한편 미국과 중동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당분간 중동지역 출장을 자제하기로 했다. 회생 여부를 판가름할 채권단 대표자 회의를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채권단의 지원방안과 자구노력에 자칫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수출의존도가 30%가 넘는 하이닉스로서는 항공운항 지연 등으로 영업상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유.유화업계= SK와 LG정유 등 국내 정유.유화업계는 이번 사태로 당분가 원유와 나프타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원료도입 단가 상승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다. 정유.유화업계는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수습될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장기적으로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지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26.14달러로 전날에 비해 무려 1.29달러나 상승했고 북해산 브랜트유도배럴당 1.23달러 오른 28.65달러에 거래됐다. ◇섬유업계= 섬유업종의 경우 미국시장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정도를 차지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수출의 주종을 이루는 의류제품의 경우 최근까지 미국시장의 침체로 수출에 어려움을騁珦립?이번 사태로 미국시장의 수출 물동량 제한, 소비위축 등으로수출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코오롱은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계열사별 피해상황을 파악했으나 미주법인 뉴욕사무소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입주해 있어 직접적인 인적.물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국시장 수출의 경우 코오롱상사㈜와 ㈜코오롱이 섬유류와 필름류 등을 수출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코오롱은 분석했다. ◇식품업계= 제일제당, 대상, 농심 등 주요 식품업체들은 원부자재 수입 등에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면서 장기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미국에서 콩, 옥수수 등을 주로 수입하는 제일제당의 경우 사건발생 직후 뉴욕과 인접한 뉴저지주 포트리(Fort Lee)에 있는 미주법인을 통해 피해 여부를 확인한결과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제일제당은 또 원부자재를 선적하는 곳이 사건이 발생한 동북부지역이 아닌 중남부지역인데다 이미 6개월에서 1년 전에 선물거래 등을 통해 원부자재를 확보했기때문에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일제당의 조성경 상무는 "그러나 당장 증권거래가 중단되면서 시카고곡물시장등 연관시장도 패닉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비상대책반을가동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대부분의 식품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원부자재를 선물거래 등을 통해 확보해오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여파가 없을 것이지만 원유값 폭등과 이에 따른 해상운송비 상승으로 제품값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CNN 등 주요외신들의 보도내용을 24시간 추적하면서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 신세계, 현대백화점, 삼성테스코, 까르푸 등 대형유통업체들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거래업체들과 안정적인 납품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