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미국 테러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 국내 업체의 수출 전선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IT의 경우 그동안 수출 효자노릇을 해왔던 자동차, 조선 등 구경제 품목의 대안으로 정부차원에서 수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업종인데다 세계 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감안할때 이번 사태로 인한 수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과의 이도균 사무관은 12일 이와 관련, "IT 수출액 가운데 미국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크지 않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전 세계시장의 IT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 사무관은 "이에 따라 정통부에서는 수출지역을 미국에서 아시아, 동남아, 아프리카 등 지역으로 다변화하고 수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수출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거나 수출계약을 목전에 둔 IT기업의 경우 이번 사태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SDS의 해외사업부 박모철 부장은 "미국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들과 활발한 제휴를 맺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단계인데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시장 개척이 늦어질까 걱정된다"며 "특히 SI(시스템통합) 업계가 최근 중남미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는데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당장 이번 사태로 미국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고 있으며 달러약세로 환율이 올라가게 되면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IT 산업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벤처기업의 경우 이번 사태가 해외사업실패로 이어져 자칫 도산의 위기에 내몰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가 팽배하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글로벌 마켓을 겨냥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 소프트웨어벤처기업 사장은 "이번 사태로 당장 미국 기업과 수출계약을 앞둔 경우 최소한 3개월 가량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계약 파트너가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계약체결을 미룰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우리같이 해외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기업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악재이며 또한 '천재지변'"이라며 "해외 수출과 투자유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잘못되면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IT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단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경제 위기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촉구했다. 다른 IT 기업의 사장은 "미국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국방부와 경찰이 전국에 비상령을 내렸는데 이보다는 경제 비상령을 내려야할 위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수출량이 많은 하드웨어 업계를 비롯한 국내 IT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계약된 대미수출 점검에 여념이 없으며 한편으로는 경기 불황의 장기화와 미국내 경기 수축, 투자의욕 감소, 달러화 약세 등으로 하반기 수출에 타격을 입을것으로 보고 있다. ▲하드웨어 업계 = 전체 수출량의 8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내달까지 미국에 50만여대의 PC를 수출키로 하는 계약을 마무리중"이라며 "이 수출 계약성사에는 이상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테러 장소에 주재원이나 법인은 없어 미국 현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피해상황은 보고되지 않았다"며 "향후 미국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돼 대미수출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게이트웨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PC를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이번 테러가 PC 수출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해외마케팅 담당자는 "이번달 선적물량인 2만5천대가 테러로 선적이 중단된 상태"라며 "미국 현지 창고에 10일 정도의 재고물량이 남아있긴 하지만 선적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PC 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월 평균 2만5천대의 OEM 수출이 예정돼있다. 이 담당자는 "단기적인 선적 중단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미국내 현지 PC 판매가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며 "사태 파악과 수출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의 국경 봉쇄로 멕시코 현지 PC 생산공장의 선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휴맥스 관계자는 "현지법인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어 인명과 시설에 대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러나 미국 경기 수축으로 시장 진출이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장비 업계 = 미국에 휴대전화를 수출하는 삼성전자는 "아직 특별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현지 주재원과 피해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연락을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워 진데다 달러 약세가 예상돼 하반기 수익구조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아시스템 관계자는 "미국과의 수출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테러로 일정이 연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통신장비 업계도 대미 수출계약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미국 시장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미국내 투자의욕감소로 수출계약이 위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아시스템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에서 개최된 통신장비 관련 전시회인 '2001 애틀란타 넷월드+인터롭'에 참가하고 있으나 행사 진행에는 아직차질이 없다고 현지상황을 전했다. ▲소프트웨어 업계 = 정보통신부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소프트웨어수출계약액 1억2천400만달러 가운데 44%인 5천500만달러가 미국 수출부분으로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부분이다. 나모 관계자는 "나모의 경우 미국에 자스크사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유통망을 확보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시장에 처음 진출하거나 수출계약을 체결하려는 업체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기업용 솔루션 판매 업체의 경우 현지 수요의 격감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미국 현지 법인이 텍사스에 설치돼 테러로 인한 피해는 없다"며 "그러나 일단 이번주에 예정된 미국 출장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내 사업규모가 아직 소규모여서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통신 인프라 구축에 대한 미국내 투자가 위축될 경우 인터넷 비즈니스의 발전속도가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규모의 게임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를 주관하는 (주)ICM 관계자는 "다음주 예정돼 있던 호주 예선전 행사를 연기할 계획"이라며 "36개국에서 진행중인 해외 예선전 규모도 이번 테러로 축소해 개최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