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로 예정된 유럽 12개국의 유로화 지폐 및 주화 본격 통용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지역과의 거래가 빈번한 기업들은 유로화가 본격 사용되기 이전에 영업 및 회계 시스템을 이들 화폐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유로화체제 출범에 대비해 그동안 회계 및 현금지급시스템 개선, 각종 서식교체, 외화당좌계좌 개설 등은 물론 기업경영 및 마케팅 전략까지 마련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대유럽 수출거래를 하는 국내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14% 정도만이 유로화 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아직도 무방비 상태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지역 10개 판매법인장 회의를 갖고 유로화 사용 본격화에 대비한 마케팅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유럽 각국의 화폐별로 다소 달랐던 원화환산 제품 판매가격이 유로화의 본격 사용으로 국가에 상관없이 쉽게 비교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에 대비한 지역별 가격마케팅 전략을 세워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유럽지역의 판매대금 결제의 60-70%를 유로화로 하고 있어 유로화 통용에 따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지역금융센터를 설립하고 유로화 사용 본격화에 따른 결제 및 자금관리에 필요한 준비 및 점검작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 역시 유로화 사용에 대한 대비를 미리부터 해왔기 때문에 대금결제 등에 별다른 혼선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국가별 세제와 수출가격 등이 달라 단일통화가 도입되면 판매가격을 조정해야 할지 여부 등을 놓고 고심중이지만 세부지침이 없어 아직 구체적으로 대응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마르크, 리라, 페세타, 파운드 등을 결제화로 하고 있어 계약서 등에서 이를 유로화로 바꿔야 하지만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없으며 오히려 단순해진다는 판단이다. 반면 단일통화를 사용하게 되면 국가간 상품 가격비교가 쉬워져 싼 지역에서 차를 구입해 이동하면 되므로 자동차 유통질서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종합상사들은 달러와 엔화를 제외한 기타 통화의 사용비중이 크지 않아 유로화 완전 출범에 따른 영향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전체 거래에서 약 90%가 달러 베이스로 거래되며 엔화가 8%, 유로화 등 기타화가 2% 수준이다. 종합상사들은 수출을 의뢰하는 중소업체들이 특정 유럽국가의 통화를 원할 경우 이에 응하고 있으나 내년에 결제가 이뤄지는 계약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 각국의 통화 대신 유로화를 기준으로 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유로화 출범에 대비한 대기업의 준비는 이미 지난 99년에 거의 끝났다'며 '다만 중소업체들은 인식이 낮아 아직도 특정 유럽국의 통화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효성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지사로부터 유로화와 관련, 현지 동향을 보고 받는 등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한편 회사내 무역PG(Performance Group)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현지 지사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구상중이다. 코오롱은 유로화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으나 전체 무역규모에서 EU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 관광업계는 유럽 여행객의 경우 각국 화폐를 일일이 환전하고 가는 곳마다 환율을 계산해야 하는 등의 불편이 해소되겠지만 여행사들이 영업상 직접적으로 대비해야 할 사항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여행 대리점, 에이전시에 지불하는 `지상비'(현지에서 여행객들을 이끌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경비)의 경우 지금까지 달러로 결제해 왔고 앞으로도 대부분 달러 결제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대응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유로화는 올해 말까지 유럽 12개국의 각 금융기관과 점포로 배포되고 내년 1월1일 0시부터 본격적으로 일반에게 배포돼 기존통화와 병행 사용되며 3월부터 법정통화로 쓰이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sh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