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장중 1,283∼1,284원 언저리에서만 거니는 무기력한 흐름을 나타냈다. 전날 뉴욕에서 120엔대로 올라선 달러/엔 환율 영향으로 소폭 오르긴 했으나 주변 여건은 오름폭 확대를 막았다. 정부와 AIG의 현대투신 인수 협상이 체결돼 심리적인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좌절되자 환율은 상승폭을 넓히지 못했다. 장중 보폭은 불과 2.50원에 그쳤다. 시장 재료나 수급이 어중간한 모습이라 상하방 경직성은 24일에도 유효할 전망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10원 오른 1,283.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틀전 마감가로 되돌아갔다. 개장초의 상승분위기는 네고 물량과 시장 주변여건에 의해 오름폭이 번번이 꺾였으며 달러/엔의 하락 전환을 반영하지 않는 비대칭적 흐름도 간간히 내비췄다. ◆ 탈출구 없는 장세의 지속 = 전망도 없고 방향도 없이 순간적인 분위기에 의해 장이 움직이고 있다. 업체 실수 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간 거래만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위보다는 아래로 보고 있지만 타이밍이 언제가 될 것인지는 예상이 어렵다"며 "워낙 장이 안정돼 업체 거래가 동반되지 않는 것이 시장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도 119엔과 120엔을 오가면서 방향이 없는 상태고 주말을 앞두고 있어 내일도 1,280∼1,286원 사이에 갇힐 것"이라며 "네고물량이 나오는 말일경이나 돼야 하향압력을 다소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거래가 줄면서 재료라곤 '엔'밖에 없으나 이도 박스권에 갇혀 내일도 별 반 달라질 게 없다"며 "1,280원에서는 여전히 하방경직성을 가졌고 위로는 털어내지 못한 물량이나 AIG협상 타결 등이 상승폭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외에서 움직여줘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내일은 1,282∼1,288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AIG협상 타결 등 호재불구, 박스권 지속 = 달러/엔의 120엔대 진입이 개장초부터 환율 오름세를 조장했다. 그러나 오래 끌어오던 현대투신의 매각 협상이 체결됐으나 이미 묵은 재료인데다 실질적인 외자 납입예정일이 11월말이라 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심리적인 환율 하락 요인으로만 작용, 시장 참여자들이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취하기에 주저하게 했다. 오전장 막판 엔/원 환율이 중요하며 환율 조작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진념 부총리의 발언이 1,280원에 기댄 매수 심리 약화에 일조했다. 그러나 진 부총리의 발언을 개입 포기로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 여전히 참가자들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달러/엔은 전날 뉴욕 증시의 반등을 타고 120.39엔으로 올라선 뒤 120.50엔 상향 돌파에 실패하고 미끄러져 오후 5시 현재 120.25엔을 기록중이다. 일본의 7월 무역수지 흑자가 큰 폭 축소됐고 니케이지수가 17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엔화 약세 요인이 부각됐다. 그러나 하야미 일본은행(BOJ) 총재가 "BOJ가 높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해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조절 인플레이션 목표 정책'을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해 방향을 바꿨다. 개장 전반 전자업체의 네고물량이 공급돼 물량 부담이 있었으나 역외에서 이를 매수하는 등 수급은 한쪽으로 기움없이 평온했다. 역외세력도 사자와 팔자를 번갈아하는 혼조세였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뉴욕장에서의 엔화 약세를 반영, 전날 마감가보다 1.70원 오른 1,284.4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4.20원을 기록한 이후 달러/엔의 강보합과 역외매수세로 9시 52분경 이날 고점인 1,285.50원까지 올랐다. NDF 환율이 뉴욕장에서 1,283원을 시작으로 레벨을 조금씩 올려 달러/엔이 120.50엔대까지 상승하자 1,286.50원까지 상승한 끝에 1,285.50/1,287원에 마감한 것을 반영했다. 이후 1,285원선을 거닐다가 전자업체 네고물량으로 저점을 1,284원까지 낮춘 뒤 완만한 하락곡선을 그리다 장 막판 소폭 반등, 1,285원에 오전을 마쳤다. 오전중 이동폭은 1.50원에 불과했다. 환율은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오른 1,285.30원에 거래를 재개, 개장 직후 오름폭을 줄이면서 2시 2분경 1,284.20원까지 내렸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이 소폭 내림세를 띠면서 물량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점을 뚫고 내려 2시 26분경 1,283원까지 내려섰다. 은행권의 달러되팔기와 매수세 실종으로 환율이 내렸으나 1,283원선에서는 다시 매수(롱)플레이에 나서는 세력으로 인해 이 선을 주로 거닐었다. 장중 고점은 1,285.50원, 저점은 1,283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2.50원에 그쳤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2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69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개장초 거래소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내 방향을 틀어 매수세를 강화하면서 사흘만에 순탉値?돌아섰으나 환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8,4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6,5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7억6,550만달러, 5억400만달러가 거래됐다. 24일 기준환율은 1,284.4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