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에 들어간 김민정(가명,19)양.방학이 시작된 지난달초 경기도 분당에 있는 집 근처 백화점에서 33만원짜리 베르사체 선글라스 하나를 장만했다. 바로 옆 액세서리 가게에선 여름에 시원하게 보이는 진주 목걸이를 집어들었고 내친 김에 핸드백도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MCM으로 바꿨다. 같은달 중순엔 엘르 랩스커트 수영복도 25만원에 구입했다. 8월초 친구들과 동해로 떠나기로 약속한 바캉스때 한껏 멋을 부려보고 싶은 마음으로 들떴다. 해변과 콘도 등에서 필요한 샤워타월 선크림 등 자질구레한 바캉스용품까지 모두 백화점에서 사들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다보니 지난달 쇼핑대금이 2백50만원에 달했다. 김양은 그래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자신은 아무런 소득이 없지만 믿음직한 후원자가 있는 까닭이다. 결제는 현금이 아니라 백화점 카드로 하면 된다. 이 카드는 지난 3월 아버지 명의로 발급받은 가족카드.물건은 김양이 샀지만 결제는 김양의 아버지가 하도록 돼있다. 김양의 아버지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잘 나가는 부동산업자.막내인 김양이 소원대로 일류대학에 합격하자 입학기념으로 곧바로 카드를 만들어줬다. 분당지역엔 김양같은 10대 쇼핑매니아들이 수백명에 달한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에서 6개월간 1천만원어치 이상 물건을 쓸어담듯 사들인 10대만도 2백명이 넘는다. 10대카드 고객의 43%에 이른다. 백화점에서 쇼핑한 금액만도 이 정도이므로 실제 한달 용돈이 3백만~4백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허다할 것으로 추정된다. 웬만한 회사원들은 한달 월급을 몽땅 용돈으로 쓴다해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같은 10대들의 쇼핑행태가 얼마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인지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봐도 선명히 드러난다. 같은 백화점 30대 고객의 경우 6개월간 1천만원어치 이상 구매자가 6백27명을 나타냈지만 30대 카드고객 전체(4만1천7백19명)에 비하면 1.5%로 극소수에 그친다. 특히 60대 카드고객은 5천명이 넘지만 1천만원 이상 구매고객은 1명도 없었다. 땀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번 일부 부유층의 어긋난 자식사랑이 몰상식하고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10대를 양산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