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뼈저린 기억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남아있는 자의 번민과 떠난 동료의 아픔 모두가 생존의 기틀이 되었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우리의 일관된 목적은 생존을 위한 변화였다. 이제 지나고 보니 그 모든 변화는 거쳐갈 수밖에 없었던 과정이며 절차였다' 3년 전 워크아웃 대상으로 퇴출위기에 몰렸던 (주)벽산이 3백억 적자에서 30억 흑자 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회사의 워크아웃 조기졸업과 구조조정 성공 스토리가 담긴 "누가 그래? 우리 회사 망한다고!"(김재우 외 지음,라이트북닷컴,1만1천8백원). 이 책에는 뼈를 깎는 체질개선 과정과 회생 전략,한국형 구조조정 방법론이 잘 정리돼 있다. 김재우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집필한 역경탈출의 생생한 체험기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라이트북닷컴(www.writebook.com)에서 인터넷 공동집필 시스템으로 처음 출간돼 더욱 눈길을 끈다. 벽산의 부활 비결은 창조적 경쟁우위 전략과 상생의 기업정신. 먼저 "저수익 상품은 과감히 버려라""외형집착에서 벗어나라""유동성을 확보하라"등 내부로 향하는 칼날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런 다음 유통구조와 영업조직 등 네트워크를 재편하고 세계적인 강자들과의 전략적 제휴,정보화.표준화 및 브랜드 가치 창조,새로운 고객 감동 전략 등을 펼쳐나갔다. 김 대표는 칠흑같은 어둠을 헤쳐오는 동안 세 가지 믿음을 지켰다고 한다. 첫째는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라는 행동 원리. 그는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꼭 갖고 다니는 액자속의 이 지혜를 잊지 않았다. 경제 위기가 휩쓸었던 3년간 상위 1백대 건설회사 가운데 40여개가 사라져버린 와중에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벽산으로서는 상황이 복잡할수록 문제의 근본을 찾고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하나씩 실행하는 정신이 더 긴요했다. 둘째는 "정보기술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정보화 투자를 앞당겨 디지털시스템을 확충하고 비용을 절감했다. 셋째는 이문화적(異文化的) 배경의 장점이다. IMF 위기 직후 김희철 회장으로부터 "벽산을 경쟁력있는 회사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게임을 벌였다. 동문화(同文化)에서는 하기 힘든 과감하고 신속한 체질개선을 단행했다. 처음부터 그 조직에 몸 담고 있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각 장에는 지난 3년간 직원들의 뼈아픈 경험이 녹아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했던 민감한 부분까지 공개돼 있다. 이들은 구조조정이란 사람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체질을 강하게 만드는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구조로 재편성하는 작업. 이것은 리더 한 사람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된다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고 털어놨다. 이 책은 세계화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과 전문화를 준비하지 못한 개인들에게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알려려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