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투자 및 수출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 등 개선책 마련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일부터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하고 있는 최고경영자 서머포럼에서 손길승 SK회장과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과 김진표 재정경제부 차관이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규제완화 등 경기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한의견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재계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의 대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의 폐지 또는 완화, 집단소송제 도입의 유보 등 중요 쟁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내보였다. ◆재계 우선 전경련 회장단의 경우 22일 기자간담회에서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의 폐지 또는 완화 및 집단소송제 도입의 유보 등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규제완화와 개선대책을 요구했다. SK 손회장은 간담회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소원은 미친듯이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는 말로 서두를 열었다. 즉,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것에는 신경쓰지 않게 해달라는 말로 손회장은 "기업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게 문제"라며 "기업활동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회장은 "기업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고 규제완화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규제가 있더라도 기업이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일관성있는 '동일한 잣대'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회장은 집단소송제와 관련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집단소송제를 시행하겠다는게 정부 입장인데 이 경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집단소송제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송남발로 국내 대표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경제활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경련 손부회장은 "낡은 틀로 기업을 규제하는 시대착오적인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는 없애야 한다"며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경우도 소송만 남발시켜 기업경영만 어렵게 하기 때문에 민법상의 선정당사자 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손부회장은 "투자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에 했던 것보다 더 폭넓은 규제완화 방안을 추가로 만들어 건의하겠다"며 "정부도 투자가 부진한 이유 및 활성화 방안을 분석해서 정부에 건의해달라고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정부 재경부 김차관은 하루뒤인 23일 오전 서머포럼에서 강연을 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제단체와 함께 현장의 애로사항을 점검한 뒤 수출 및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등의 개선대책을 8월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정부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재계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것으로 김차관은 이와 관련해 "정부는 앞으로도 기업 애로사항을 수시로 점검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완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정부 방침을 전했다. 김차관은 그러나 재계가 가장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집단소송제의 개선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내보이며 재계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차관은 "재계가 문제를 삼는 30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집단소송제에 문제점이있다는 것은 정부로서도 알고 있지만 이 문제는 기업투명성과 책임경영이 보장되는 것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차관은 "정부로서는 기업들이 과거처럼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 기업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경제력집중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계의 요구는 이해가 되지만 기업들이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김차관은 이와 함께 "집단소송제는 투자자보호와 직결되는 것으로 기업부담을 최소화하는 제한된 범위내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의 기업투명성이높아지면 재계의 우려와는 달리 주가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서귀포=연합뉴스) 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