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산업화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노사간 솔직하고 협조적 태도가 필요하다"(디트리히 본 한슈타인 한국BASF 사장) "일본 근로자들이 빡빡하고 엄격한 근로여건을 견디는 것은 자원도 없는 국토에서 경쟁력이 기업을 존속시키고 나아가 자신의 생활을 지켜준다고 믿기때문이다"(토요다 야스시 서울재팬클럽 노동위원회위원장) 19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1층 국제회의실에서는 주한 외국공관 및 경제단체 대표, 외국인 CEO, 노사 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제도와 관행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주한 외국 기업인의 시각에서 진단해 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국제노동재단이 '외국 기업인이 본 한국의 노사관계'라는 주제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최종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디트리히 본 한슈타인 한국BASF 사장, 토요다 야스시(주)케피코 대표(서울재팬클럽 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제프리 존스 회장은 '지금은 변화해야 할 때'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이 지금까지 성취한 것들을 계속 발전시키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다루는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이뤄야 한다"며 "특히 현재의 법체계는 대부분의 힘을 노조쪽에 실어줌으로써 대립적 노사관계를 계속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스 회장은 따라서 우선 사용자는 노조를 보는 방식과 노조를 다루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고 노조는 자신을 보는 방식과 회사내 자신의 역할을 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시말해 한국의 노사관계는 아직도 사용자측은 노조를 경제적 파트너로서가 아니라 통제돼야 할 적으로 간주하고 이에 노조측은 적대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울러 노사가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노사관계의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법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위기상황에 처하기 전에 근로자를 정리해고하고 파업이 길어질 경우 대체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용자에게 부여해야하고 ▲근로자에 대한 실업수당을 늘려 근로자들이 실업에 직면한 경우 충분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요다 야스시 서울재팬클럽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신노사문화 창출을 위해 자중과 자제가 필요하다'는 주제발표에서 "여론과 노조원들의 반대로 지난번 총파업이실패한 것은 새로운 노사문화 창출을 위한 태동이 시작된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한국경제의 재건이 신노사문화의 창출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언제까지 한국의 노조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라고 주장하며 나라와회사에 과다한 요구를 함으로써 국력 또는 국가경제를 소모시킬 작정인가"라고 반문한뒤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손에 넣었고 지금은 나라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제1의 사회적 압력단체가 돼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중류층으로 충분히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요다 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빡빡한 작업환경이나 목표달성에 대한 무거운 책임, 장시간의 잔업 등 한국에 비해 근로여건이 훨씬 엄격하고 힘들다"며 "일본인들이 이를 견디는 것은 자원도 없고 좁기만 한 국토에서 엄격하고 힘든 노동속에 경쟁의 원천이 있고 이러한 경쟁력이 기업을 존속시키고 나아가 자신의 생활을 지켜주는것이라고 노조원 모두가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기술개발 등 기업의 힘은 아직 준선진국 수준이지만 삶의 질과 근로여건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며 "이런 불균형이 국가 경쟁력을 30위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원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디트리히 본 한슈타인 한국BASF사장은 고학력, 고숙련, 성실성, 추진력 등 한국근로자의 장점을 거론한뒤 문제점으로 ▲불법 및 폭력파업 ▲낮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복잡한 임금체계 ▲노동비용의 두자릿수 증가 ▲계층적 업무체계로 인한 근로자의 개성과 창의력 저해 등을 꼽았다. 그는 끝으로 정보의 개방과 투명 경영, 최대 한도의 고용 안정 추구, 물가상승률 및 생산성 증가율에 연동한 임금 인상 등 독일의 성공적의 노사관계 모델을 소개한뒤 "한국이 선진산업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간 솔직하고 협조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