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면서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은 마지막 시기인 1991년부터 1992까지 세계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시장은 이머징마켓이었다. 당시 이머징마켓은 미국시장보다 두배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들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경제에 침체 신호가 켜지고 미국과 유럽 주식들이 비틀거리자 일부 글로벌 투자가들은 "역사는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이머징마켓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 있는 투자회사 머레이존스톤 인터내셔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임스 클루니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더 많은 돈을 이머징마켓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 시장에서 금리인하로 가장 먼저 혜택을 볼 수 있는 주식들에 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은 올들어 달러기준으로 3.3% 하락했다. 2001년이 이머징마켓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선진시장과 비교하면 이머징마켓의 현 수익률은 훨씬 나은 편이다. 주로 대형 우량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8%가까이 떨어졌고 유럽 주요시장과 일본시장도 달러기준으로 보면 하락폭이 이보다 더 크다. 실제로 몇몇 이머징마켓은 올들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멕시코시장은 달러기준으로 23% 상승했고 한국의 종합주가지수(KOSPI)도 달러기준으로 15% 상승했다. 반면 올초에 이머징마켓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꼽힌 브라질과 인도는 달러기준으로 15% 이상 하락했다. 클루니는 "이머징마켓에서 선별적으로 매수를 잘하면 시장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에너지회사인 페트로리오 브래질레이로,멕시코 통신회사인 텔레포토 드 멕시코,한국의 포항제철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이머징마켓 전략가인 브라이언 젠드로는 "주가대 수익 기준으로 보면 이머징마켓이 매력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이머징마켓의 주식들은 평균 올해 수익예상치의 약 11배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평균 26배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젠드로는 "그러나 상황이 다르기때문에 1990년대초와 같은 이머징마켓 열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당시 세계 자본이 집중된 아르헨티나는 현재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국가들의 성장이 크게 둔화되고 있고 동남아시아 시장은 최근 외국자본을 거의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 콜린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전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투자자들에게 선진시장뿐아니라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