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4분기 자금순환동향을 보면 이러다간 경제주체 모두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지난 3월말 현재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가계·정부의 부채는 1천28조원으로 사상 최초로 1천조원을 넘어섰고 증가율도 3개월간 3.3%나 돼 연간으로 따지면 13%가 넘기 때문이다. 물론 생산적인 활동과 연계된 적정한 부채증가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으나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연 13%를 넘는 증가율은 1·4분기 경상 성장률이 기껏해야 5∼6%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각 경제주체들이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에 이미 빠져 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채증가 속도 못지않게 걱정스러운 것이 생산활동과 연계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의 부채는 지난 1·4분기 동안 18조4천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극심했던 기업들의 돈가뭄이 다소 완화됐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설비투자 부진을 감안하면 부채증가가 투자보다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업들의 직접금융 조달증가가 회사채 신속인수제,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담보부 증권) 등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 의해 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자금시장이 정상화돼 가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가계부문의 부채증가도 염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4·4분기 7조2천억원 증가에 이어 금년 1·4분기에도 7조원이나 증가해 3백2조원에 이르고 있다. 대출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금융회사들의 경쟁적인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대출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으나,개인 신용불량자의 양산은 물론이고 금융회사 자산 건전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유독 정부부문만 지난 1·4분기에도 세수호조로 11조3천억원이나 자금을 빨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이든 가계든 상환능력 범위를 넘는 부채는 개별주체는 물론이고 경제전체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각 경제주체는 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하며,정책당국도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한편 각 경제주체들의 부채가 상환능력 범위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