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3년만기 국고채 기준)가 다시 연 5%대에 안착했다. 되오를 이유가 별로 없어 추가하락 가능성도 엿보인다. 초저금리 속에 생산.수출 부진과 물가 불안 등 경제 주름살은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다. 금리가 5%대로 낮아진 것은 대외경쟁력 강화라는 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그 자체로 투자 위축과 경기 불투명을 반증하는 만큼 뒷맛은 개운치 않다. ◇ 경기부진의 거울 =5%대 금리는 지난 3월28일(5.88%) 이후 약 석달만이다. 채권시장에선 △실물경기 부진 지속 △환율 안정세 △정부의 저금리 정책의지 등을 이유로 꼽는다. 이번 '금리 하락'(채권시장 강세)의 가장 큰 이유는 조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심리지표(소비자기대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 외에 경제 여건이 나아진다는 자료는 실종 상태다. 정부의 '하반기 경기회복론'은 미국 경기의 불황 가능성이 공식화되면서 크게 희석됐다. 지난 4월말 국고채 금리가 연 6.93%까지 치솟을 때엔 MMF(머니마켓펀드) 환매사태로 투신사들이 채권을 투매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기관마다 유동성이 풍부해 급하게 채권을 내다팔 기관도 없다. 금리의 절대 수준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방향(하향 안정)에 대해선 시장 참가자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 저금리에도 투자부진 =저금리가 경기와 투자를 활성화시킨다는 고전적인 경제이론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잘 들어맞지 않고 있다. 한은은 기업 설비투자가 올해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올들어 지난 1∼5월중 회사채 CP(기업어음)를 17조원이나 늘려 발행했다. 이는 부채상환 압력에 대한 대비책이지 투자재원 마련 용도가 아니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난 97년 이후 5년째 기업들이 투자다운 투자를 제대로 한게 없다"면서 "앞으로 무엇으로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에 일희일비하는 '천수답 경제'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등으로 퇴출 여부를 재단하는 금융 논리에 의해 산업 특성은 무시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 금리는 더 내려간다 =경기 물가 환율 등의 변수에 비춰 금리는 한단계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채권 딜러들은 단기적으론 연 5.80%를 저점으로 보지만 생산.수출지표가 더 악화될 경우 5.50%까지 내려가도 과열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4.4분기 평균 국고채 금리를 연 5.7%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금리 하락세는 경제의 안정과는 거의 무관하다. 금융권에 넘치는 자금이 그나마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 대상인 채권에 몰리는 '금융장세'에 의한 것일 뿐이다. 국민은행 채권딜러는 "당장 채권을 팔고 나서 다시 투자할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채권시장의 손바뀜과 견조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양극화와 서민들의 체감경기 추락 등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