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5년까지 식물과 동물의 유전자 지도는 완벽하게 그려질 것이지만 유전자의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인간의 손상된 각종 기관을 대체하는 기관이 신속히 제작되며 인간의 신체에 극미세 로봇을 넣어 건강상태를 진찰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일은 생명공학,나노기술,재료공학 등이 정보기술과 결합해 가능해지지만 계급간 불평등 심화와 사적자유 침해,문화정체성 위협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조사 연구기관인 미국 랜드(RAND)가 발간한 "세계기술혁명,2015년까지 바이오.나노.재료공학의 최신흐름과 정보기술과의 시너지효과"란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는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다양한 학문을 통합하는 다학제적 연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생명공학=식물과 동물의 게놈은 번역되고 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이에 기초한 유전자 치료법이 2015년까지 완성되지는 않아도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유전자 지도그리기가 이뤄지면 DNA를 통한 신원확인이 가능해지는 등 안보 치안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기술상 유전자 지도 그리기가 가능하지만 각각 유전자의 기능을 완전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초인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항상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 유전자 기능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더라도 유기체의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나 복제 변환 등 세부적 부문까지 완벽히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2015년까지 인간복제를 규제하지 않는 국가에서 이에 대한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열성 유전자를 보유한 인간에 대한 차별(예를들어 보험회사에서 보험료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복제와 유전자 조작 등으로 특정 기능을 강화한 식물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면서 생물학적 다양성이 유지되지 못해 질병에 취약해지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치료와 의약발전=조직공학의 발달로 다양한 인간 기관의 대체가 가능해질 전망이고 인간의 모든 기관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다. 인공조직을 만드는 기술에다 정보기술이 접합돼 부상당한 손과 발,뼈 등을 신속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능을 이해하기 위한 생체고분자학과 응용생물학의 발달로 15년 안에 집안청소나 탄광발견,자율적 수색 등을 담당하는 로봇도 출현할 수 있다. 인간 지능과 인지기능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타고난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 신경과 센서를 인간에 이식해 인간의 인지능력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고성능 소재(smart material)=형상기억합금과 같은 고성능소재는 향후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진화하면서 인공 근육 등이 개발될 것이다. 특히 컴퓨터를 활용하면 신소재 시제품을 빨리 개발할 수 있다. 물품의 제조시스템도 컴퓨터의 도움으로 고객들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생산하는 형태로 발전된다. △나노기술=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 크기의 물질을 대상으로 한 나노연구의 장벽이 극복된다면 나노튜브를 이용,현재보다 6분의1밖에 안되는 중량을 가졌지만 강도가 50∼1백배에 달하는 철근을 만들 수도 있다.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반도체의 한 부분인 게이트(gate)의 길이가 현재의 3분의1 수준으로 작아져야 한다. 수많은 공학적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양자점에 빛 등을 발사하면 반응이 다르게 일어나는 현상을 활용,발광소재나 반도체를 만드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2015년까지 중대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고분자를 이용해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도 의미를 가진다. △MEMS=극미세 전기에너지를 물리적 에너지로 바꿔 미세한 전동기 등을 개발하기 위한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는 지금까지 기계 전기분야 위주로 발전돼왔지만 향후 생물 화학분야 연구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생물학과 의학의 진보로 몸 속에 극미세 로봇을 집어넣어 질병을 진단하는 정도까지의 기술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결론=정보기술,생명공학,소재,장치,제조기술의 혁명은 2015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광범위한 변화와 긴장을 야기할 것이다. 기술적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기술의 다학제적 속성이 더욱 강화된다. 생명공학은 정보기술의 발전에 의존할 것이고 공학자들도 유기체가 자연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알기 위해 생물학자가 될 것이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계급간 불균형 심화와 사적자유 침해,전통문화의 훼손 등이 우려된다. 정보기술은 우리의 삶을 혁신시켰고 소재와 나노기술의 진보에의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바이오 기술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혁신시킬 것이다. 이같은 혁명적인 영향은 논쟁없이 진행될 수 없다. 특히 우생학이나 인간복제 같은 분야는 강한 윤리·도덕적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 기술의 전망은 지금도 앞으로도 밝다. 어떤 사회에 기술혁신은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고 세계화의 영향으로 기술혁신이 모든 사회에 파급되기 때문에 기술발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도움말 주신분=한국과학기술평가원 이기종·임창주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박현진·김종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