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단. 지난 88년 부산 지하철 건설을 위해 설립된 공단이다. 이 공단은 부채가 무려 2조2천억원에 이른다. 원칙대로라면 이 부채는 부산 시민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다. 부산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전체 국민이 부담을 떠맡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부산교통공단은 놀랍게도 '지방공단'이 아니다. 다른 대도시의 지하철공사와 다르다. 200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부산교통공단법은 이를 '국가공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단이니 전 국민이 빚을 나눠 갚는 수밖에. 발단은 YS정부 시절 이 지역 출신 여당의원들의 발의로 부산교통공단이 설립되면서부터.당시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집권 여당의 전격적인 도움을 받아 부산 지하철의 건설비용을 국가가 떠맡도록 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건교부는 부산시에 공단을 가져가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당장 파산하게 된다"며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이 중앙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게되자 대구 등 지하철을 가지고 있는 다른 광역자치단체들이 가만 있을리 없다. 형평성을 보장하라며 해당지역 지하철 공단의 빚을 중앙정부가 모두 갚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작년말 기준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 6개 광역도시의 지하철 관련 부채는 9조5천6백73억원.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지하철 건설을 계속 추진해 왔다. 급기야 건설교통부가 지난 4월 지하철 신규 건설사업을 불허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10조원으로 불어난 빚을 처리할 일은 막막하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지방의 재정위기가 국가 위기로 이어지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방재정 자립도(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는 해가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98년 63.4%, 99년 59.6%, 2000년 59.4%로 낮아져 지금은 57.6%에 불과하다. 전남(22.0%) 전북(27.7%) 강원(29.8%) 충남(30.5%) 등 8개 광역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40%도 넘지 못한다. 시.군.구 전체 지자체(2백48개) 가운데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 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곳은 1백47개나 된다. 5분의 3의 지자체가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 지자체들의 총 부채는 18조원. 고령화가 생산력 저하와 복지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재정 위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지방채 발행 규모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1백17개 지자체가 3백24개 사업과 관련해 모두 3조5천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신청했다. 행자부는 이중 74%인 2조6천억원을 승인했다. 지방재정이 빚에 의존해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지자체들이 앞다퉈 추진했던 공단 건설 등에 모두 6조원 규모의 지방채가 발행됐지만 1년 이자부담만도 4천억∼5천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부분이 미분양"이라고 개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