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불유쾌한 경험이다.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범죄 액션 스릴러 "15분(15 Minutes.6월9일 개봉)"를 보는 관객은 자본주의 사회의 저열한 얼굴에 절망하며,그일원으로 그 비열함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웃음에 당황하게 된다.

악이 처절하게 응징받기 바라는 자신에게서 가학적 잔인함을 발견하고 나면 계산된 농락에 빠지고 말았다는 모멸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매력있다.

폭력과 부패로 점철된 현대 사회,천박하기 그지없는 자본주의,그들을 조장하는 미디어의 선정성과 위선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는 영화는 불쾌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묘한 흡입력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기둥 줄거리는 뉴욕 맨하탄을 무대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범 2명과 수사관 2명의 대결.

범죄자는 동유럽에서 온 에밀(카렐 로덴)과 올렉(올렉 탁타로프).

자신들의 돈을 탕진해버린 친구 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한후 집에 불을 지른다.

잔인한 살인게임은 이때부터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을 존경한다는 올렉은 훔친 캠코더로 살인장면을 담기 시작한다.

스타형사 에디(로버트 드 니로)와 화재수사관 죠디(에드워드 번즈)는 팀을 이뤄 이들을 뒤쫓는다.

하지만 특종에 눈먼 TV는 그들의 필름을 사겠다고 덤비고 범죄가 잔인할수록,끔찍할수록,필름값은 올라가고 죄값은 가벼워진다.

영화는 "모든 사람들이 단 15분만에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의 예견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매스컴을 이용하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수 있는 현대사회.

그곳은 범죄까지 상품으로 팔아먹을 수 있는 일그러진 세상이다.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판정이 면죄부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죄인들은 더욱 잔인한 범죄에 골몰한다.

"미국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거듭된 발언으로 미국 시스템과 법망의 헛점을 냉소한다.

언론의 선정주의나 자본주의의 천박함은 여러 영화에서 수도없이 반복돼온 주제다.

하지만 "15분"은 견고한 플롯과 관객의 기대를 여지없이 배반하는 반전들로 식상함을 잊게 한다.

범죄의 뿌리를 미국안에서 찾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폭력과 섹스로 세계를 점령한 미국 대중문화는 다종다양한 범죄를 양산한후 부메랑처럼 돌아와 미국의 목을 겨눈다.

로버트 드니로와 에드워드 번즈도 호연했지만 살인범 콤비의 연기가 압권이다.

체코의 국민배우라는 성격파 배우 카델 로덴은 에밀역으로 관객들로부터 완벽한 증오심을 끌어낸다.

"비극은 영화의 필수요소"라며 관객에게 미소짓는 그들을 보며 관객들은 그들이 보다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처단받기를 갈망한다.

물론,그또한 죄 아닌가?

감각적인 촬영과 스피디한 전개,비트강한 하드코어 테크노 음악도 심장박동을 돋운다.

자막이 모두 올라갈때까지 자리를 지키자.

75분간의 조롱에 방점을 찍는 멘트가 기다리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