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웅 < 대한상공회의소 상무이사 kwom@korcham.net >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테마로 관객을 사로잡는 재주를 가졌다.

그가 28세의 젊은 나이에 선보인 첫 성공작이 ''죠스''였다.

식인상어가 여름 해변가에 나타나 주민들이 흥분하고 공포에 떠는 긴박감을 잘 그려냈다.

전반부는 사람만 실종되고 상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경찰과 시정부는 의견이 엇갈린다.

경찰은 해수욕장 폐쇄를 주장하나 그곳에서 들어올 수입이 걱정된 시 당국자는 다른 이유를 대며 반대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아마 당장 출입금지 팻말을 내걸고 통제하는 것으로 쉽게 결론났을 것이다.

지방 세수입과 관련없는 해변가 봉쇄를 시공무원이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건물과 토지,자동차와 담배에 매기는 세금이 지방세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업이익과 상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은 모두 중앙정부가 걷는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부동산이나 신도시 개발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관광자원 개발이나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는 아무래도 열의가 부족하다.

게다가 지방 교부세라고 해서 중앙정부에서 거둔 세금을 지방에 나눠주는 제도가 있다.

세금이 안 걷힌다고 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돈이 모자라도 인건비 정도는 큰집이 해결해 준다.

지방정부가 홀로서기를 소홀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씀씀이도 낭비가 따르기 쉽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세금 걷는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와 공유하고 지방교부세는 줄이자고 한다.

독일연방의 공동세가 이러한 형태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찬성하지 않는다.

큰집 며느리가 곳간 열쇠를 쥐고 작은집 동서들을 거느리는 맛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공동세를 도입하면 지역 불균형이 더욱 심해져 안된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그러나 큰집 살림에 의존하는 작은집은 자생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최근 지방경제의 침체 원인 중 하나가 이러한 운영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우려의 소리가 있다.

지방정부가 외국기업을 열심히 끌어들이고 관광 개발에 적극 나서야 경제가 산다.

그렇게 하려면 큰집이 걷는 세금을 작은집이 함께 거둘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지역경제를 살려내려는 생존감각과 긴장감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