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는 일상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소비품목이다.

그렇지만 "산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낮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섬유업체인 도레이는 "도레이류(流) 경영"이란 유행어까지 창출하면서 일본 재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화학섬유로 출발해 성장한 회사지만 불황일 때 투자를 늘린 공격경영과 생산거점 세계화, 한발 앞선 구조조정과 사업다각화를 축으로 초일류기업의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마에다 가쓰노스케(70) 대표이사 회장을 도쿄 니혼바시 집무실에서 만났다.

-한.일.중 등 3국 화섬산업의 실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중국은 폴리에스터 섬유 생산량이 전세계 넘버 원인데서 알 수 있듯이 잠재력이 막강하다.

봉제사업의 종합경쟁력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강이다.

21세기 섬유산업은 중국, 그리고 인도를 축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 화섬업체들은 도산과 재편성 과정에 놓인 것이 두드러진다.

일본의 합섬업계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한국 화섬업계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국업체들이 격변의 과정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 노력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금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전체, 특히 중국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의 틀 속에서 한국 화섬업계가 명확한 자리매김을 한 후 그 가운데서 구조조정과 재생을 도모해야 한다"

-사장 시절 간접부문 인력을 생산, 영업 등의 분야로 재배치하는 등 조직효율화를 강력히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업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게 기본 철학이다.

사장을 맡고 나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추진해 온게 인재 확보와 육성이었다.

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카드로 적정한 인재배분과 기동적 조직 만들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직원들에게 일류의식을 버리라며 의식개혁 프로그램까지 도입했는데, 효과가 있었나.

"87년 사장에 취임한 직후 과장급 이상의 관리직을 대상으로 "의식개혁 5가지 포인트"를 배포했다.

이를 통해 도레이가 실적 악화병이라는 "폐렴"과 대기업병이라는 당뇨병을 함께 앓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사람"들에 대해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실직시, 각론중시, 획일성 배제 등을 직원들에게 강하게 주문했다.

의식개혁은 항상 어떤 구체적 계기를 내걸고 계속적으로 밀어 붙이지 않으면 안된다.

주문처럼 그저 입으로 외우기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물론 성과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도레이의 그룹차원에서 추진하는 글로벌 전략은.

"무엇보다 도레이가 갖고 있는 세계 정상급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소재를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곳에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영자원이 뛰어난 곳, 마켓 니즈에 가장 적합한 곳, 그리고 국제적 협조, 조화 등을 원활히 기대할 수 있는 곳 등의 세가지가 판단 잣대가 된다.

또 하나, 이런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바탕으로 도레이 계열사들이 생산한 것이면 어디서 만든 것이든 같은 품질을 갖도록 하는 "메이드 인 도레이"의 사고방식을 확립시키는 것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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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에다 회장은 ]

마에다 회장은 일단 목표를 정하면 타협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스타일 덕에 일본 재계에서 "미스터 리더십"으로 불린다.

아시아 통화위기로 경영환경이 험난했던 지난 98년에는 생산기지 다거점화 및 사업다각화 등의 공격경영을 발판으로 수익을 크게 늘려 일본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1956년 교토대에서 석사 학위를 따고 도레이에 입사했으며 1987년 도레이 사장을 거쳐 1997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