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 외교통상부가 맡고 있는 통상업무를 산자부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통상문제에 있어서 외교부와 산자부, 그리고 농림부 등 관계부처간에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고 있다.

현재와 같이 외교부가 통상문제를 전담하는 체계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통상업무가 외국의 정보를 많이 필요로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각국의 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외교부가 통상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상업무는 이와 같은 대외지향적 측면 못지 않게 대내지향적 측면, 즉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우선 국내총생산의 4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수출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이밖에도 수많은 수입경쟁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통상정책은 농림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노동부 등 전 경제부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통상업무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999년 시애틀 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한 소위 ''밀레니엄 라운드''라고 불리는 다자간 협상에 관한 논의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다시 가동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다자간 체계를 지향하고 있는 한국경제엔 더 없이 중요하며, 또 부당한 쌍무협상의 압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의 철강수출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조치가 부당하다는 WTO의 판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선진국들과 각종 무역분쟁에 휘말려 있는 한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쌍무협상''보다 공정한 판정을 기대할 수 있는 ''다자간 체계내에서의 협상''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나면, 선진국들이 모든 것을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WTO내에서 선진국들과 개도국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해질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과 같이 양 그룹의 중간에 위치한 국가들의 협상력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통상업무는 앞으로 그 중요성이 훨씬 증폭될 것이다.

통상업무가 갖고 있는 ''포괄성''과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통상업무를 일개 부서, 특히 정보수집에 주력하는 외교부에만 맡겨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통상업무는 각 부처의 이해를 조정해야 하며,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추구해야 한다.

또 통상업무는 독립성과 효율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아무래도 관료집단보다는 소수의 전문가집단이 보다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 산하에 독립된 기구인 가칭 ''한국무역대표부''를 만들어 이곳에서 통상업무를 전담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물론 이같은 기구를 만드는데 따른 부담과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통상업무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경우 상대방의 개방압력을 외교부 산자부 농림부 등으로 분산시켜 효과적으로 내수시장의 개방을 막거나 또는 지연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만일 한국무역대표부가 신설돼 통상업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모두 이양받는다면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즉 다른 부처의 반대와 국내 여론 등을 핑계로 개방압력을 누그러뜨리기가 힘들어질 것이며, 외국의 개방압력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일시적일 수 있다.

한국이 개방형 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한 한국 통상업무의 궁극적인 목표점은 완전개방된 체제하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소극적인 자세로 개방을 언제까지나 지연시킬 수는 없다.

통상업무를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이든 현 체계의 변화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leedw10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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