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12일 중동 출장에서 돌아온 뒤 기자들과 만나 ''말 안듣는 포항제철''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핫코일 공급을 둘러싼 현대하이스코와의 갈등을 중재하려는 산자부의 ''말발''이 도통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노(No)''라고 말하는 포철 때문에 골치를 앓기는 정보통신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동기식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컨소시엄과 한국통신의 1차 지분매각에 포철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점잖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들이 공기업 시절의 포철을 생각하고 입김을 행사하려다가 잇달아 낭패를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업은행 지분(6.84%)의 해외 매각을 끝으로 민영화 절차를 완료한 포철이 ''주주이익 우선''과 ''고객 중심''의 경영을 표방하며 ''옛 관행과의 결별''을 선언한 뒤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포철은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미국계 템플턴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이 현재 54% 가까이에 달한다.

여기에 자사주(15.59%)와 증시에서 유통되고 있는 일반지분(10.41%)을 빼고 나면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은행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가의 지분은 20%선에 불과하다.

정관상 경영진 교체에 필요한 최소 지분(25%)에 훨씬 못 미친다.

포철이 ''독립·자율 경영'' 못지 않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이라는 기왕의 이미지를 떨쳐내는 작업이다.

철강 원료의 독점 공급업체로서 끊임없이 빚어져온 ''납품·공급 비리''와 관련된 추문을 포철은 가장 아프게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을 목표로 업무 프로세스(PI)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종 주문과 구매,판매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전부 공개한다는 게 PI 혁신의 하이라이트다.

이를 위해 올해초 포항본사와 광양제철소 등 네군데로 흩어져있던 구매관련 부서를 하나로 통합하는 등 ''투명 경영''을 키워드로 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포철은 이같은 변신을 바탕으로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춘 공격 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새해 매출(11조6천억원)과 순이익(1조2천억원) 목표는 작년 수준으로 묶어둔 반면 투자(2조4천2백84억원)는 지난해(1조3천3백49억원)의 근 두배 수준으로 높여잡았다.

정보통신과 에너지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겨냥해서다.

유상부 회장은 이와 관련,"GE가 전자업체 하니웰을 인수키로 단 하룻밤 사이에 전격 결정했던 것처럼 포철도 기회가 되고 사업성이 있다 싶으면 신속하게 진출해야 한다"며 올해 3천억원의 예비 투자비를 책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과 한국전력 민영화 등의 기회가 오면 주저없이 나서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