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소비자들의 표정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기업들의 돈벌이가 예전같지 않으니 개인 호주머니까지 얇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난해 5억4천5백만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울상인 아마존은 미국기업들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단면이다.

손실공표 이후 아마존이 내놓은 자구책은 전종업원의 15%에 해당하는 1천3백명을 해고하겠다는 것이었다.

해고선풍이 닷컴업계에 국한된 것이라면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자동차메이커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말할 것도 없고 백화점업체인 JC페니, 사무기기의 제록스, 가전업체 월풀,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 그리고 통신부문의 월드컴에 이르기까지 미국기업들의 감원선풍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지난주 상원 증언 또한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중 하나였다.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접근했는지 모른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여기에다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은근히 미국경제 비관론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세금감면이라는 카드를 내놓고 있는 부시로서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떨어져 온 주식시장 또한 미국 소비자들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그렇지 않아도 축 처져 있는 미국민의 소비심리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만든 요인이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경제연구소 컨퍼런스보드는 지난해 1월 144.7에 이르렀던 소비자들의 신뢰지수가 올 1월에는 1년전보다 20%나 낮은 114.4로 추락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심지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까지 "미국경제에 짙은 암운이 깔리고 있다"고 일제히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과거 40년동안 미국에는 크게 보아 69년 73년 80년, 그리고 90년 등 네번의 경기침체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들 침체기가 시작되기 바로 1년전 한햇동안 떨어진 소비자신뢰지수(69년 8.6%, 73년 4%, 80년 13.8%, 90년 15.5%)는 최근(지난해)의 추락폭보다 훨씬 경미한 것이었다.

미국인들이 향후 경제에 대해 일말의 두려움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조사는 ''현 상황에 대한 조사''와 ''향후 6개월 뒤에 대한 전망''으로 나뉘기도 한다.

''현 상황에 대한 신뢰''는 지난해 12월 176에서 6포인트 떨어진 171에 머물러 있어 그런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데 반해 ''향후 6개월 뒤에 대한''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해 12월 97에서 올 1월에는 77로 수직 추락했다.

이는 미국인들의 장래 소비심리가 극히 비관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바빠진 것은 FRB였다.

1월 3일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내린 후 한달도 안된 31일 또다시 0.5%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한 것은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하려는 FRB의 다급한 모습을 보여준 단면이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이를 믿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암울해진 소비심리가 옛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다.

미국인들의 소비심리위축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가전제품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수출품에 대한 수요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