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현장에서 비가 온다고 삼삼오오 모여서 좌판을 벌이던 일도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옛말이 되고 있다.

몇개월 전부터 비나 눈이 내릴 것에 대비해 공사장비와 인력 관리를 미리 해놓기 때문에 날씨가 나빠진다고 해서 일손을 놀려야 하는 사태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하늘만 쳐다보며 하루하루 공사를 진행하던 "천수답 경영"은 이젠 건설업계에선 옛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특정 지역에 대한 장.단기 일기예보가 가능해짐에 따라 건설현장의 풍속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특히 철저한 건설장비 및 인력 관리를 통해 공사의 품질 수준까지 높이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단순히 태풍이 몰아친다거나 폭우와 폭설뿐만이 아니다.

거의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도 정확한 통계자료를 분석해 공사 관리에 적용하기도 한다.

최근 개통된 서해대교를 건설할 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LG건설은 길이가 7천3백10m로 세계 9번째로 긴 이 다리를 만들기 위해 조석간만의 차를 매일 분석하고 이 자료를 근거로 공사를 진행했다.

본사는 시시각각 변하는 바닷물의 높이에 대한 다음날 자료를 매일 현장으로 내려보냈다.

이를 통해 대충 몇시쯤 바닷물이 밀려들어온다는 식의 주먹구구가 아니라 바닷물의 움직임을 초단위로 예측해 차질없이 공사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한강 인근 주민들을 긴장시켰던 홍수피해도 이제는 한결 잦아들었다.

공정제어 솔루션업체인 중앙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실시간 물관리시스템" 덕분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시작한 이 사업에 지난95년부터 참여해 3년6개월동안 전국 16개의 다목적댐을 온라인으로 연결한 결과다.

이를 통해 홍수를 예측하고 경보를 내보낼수 있게 됐다.

댐의 수위와 강수량 수문상태 등을 정확히 측정하고 분석.평가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으며 홍수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 댐별로 방류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97년중반 충청도지역에 평균 2백mm의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는 이 시스템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청댐의 수문을 여는 시간을 평소보다 21시간이나 늦춰 금강 하류에 있는 공주지역의 수위를 5m나 낮출 수 있었다.

이는 하류지역의 수위를 분단위로 감시한 결과였으며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일반 토목공사나 건축공사에 있어서 날씨의 변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설업은 사업의 성격상 대부분의 공사가 야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선 날씨로 인해 공사기간의 3~7%가 지연돼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지적인 바람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연간 20만개의 건축물에서 3천6백만파운드(약 6백84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기예보를 건축공사에 활용할 경우 연간 7천6백만파운드(약 1천4백44억원)의 이익을 얻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39개의 건축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상정보를 활용한데 따른 이익이 기상정보 비용의 10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건설 분야에선 정확한 일기예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중.장기 예보와 3시간 간격의 초단기 예보 등을 활용하면 비용절감 등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우선 이같은 기상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공사스케줄을 작성했다가 갑작스런 악천후를 만나 공사가 중단되거나 공사기간이 연장되는데 따른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한파나 폭우 폭설 등 기상재난으로 인한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해 대비할 수 있어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에도 기여하게 된다.

콘크리트를 타설하거나 건물 외벽에 페인트 작업을 하는 등 날씨에 민감한 작업시기를 미리 조정할 수 있어 공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건물의 기초를 설계할 경우에도 그 지역의 기후특성을 분석해 기상조건에 가장 적합한 건축물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