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남 말 하는 격 아닙니까"

지난 17일 신라호텔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 신년세미나 행사장.한 재계 인사는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의 전경련 개혁 촉구 발언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재계인사는 "진 장관의 얘기를 들어보면 ''전경련 회원인 대기업들은 수구적이고 자기 스스로 변신할 능력이 모자라므로 우리 엘리트 경제관료들이 훈계하고 채찍질해야 한다''는 60~70년대 개발시대 경제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촌평했다.

또 "진 장관의 말은 우리 기업인들이 과천사람들(관료)에게 거꾸로 들려주고 싶었던 말들인데 주객이 바뀐 느낌"이라고 힐난했다.

진 장관이 대기업보다 잘한다고 칭찬한 벤처기업에서 온 한 참석자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그는 "장관이 정부 스스로의 변신전략과 비전을 소개하고 기업의 동참을 요구하는 식으로 접근했어야 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사실 현 정부가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공공 금융 기업 노동 등 4대 개혁중에서 공공부문,그중에서도 특히 관료시스템의 개혁이 가장 저조하다는 평가를 나라밖에서도 듣고 있는 판국에 경제팀의 수장이 기업을 질타하는 모습은 기자의 눈에도 ''난센스''같아 보였다.

진 장관은 세미나를 마치고 나서 "정부가 비난을 무릅쓰고 대기업 금융지원에 나섰는데도 재계가 경제정책을 비판해 얘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경제관료의 전경련 질타 발언을 ''연중행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달력을 작년 이맘때로 넘겨보면 진 장관 발언 배경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재경부 장관으로 발령난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1월13일 "전경련이 재벌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오너클럽으로 남아 기득권 지키기에만 주력해서는 곤란하다"며 "전경련은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고 말했다.

1년새 같은 얘기를 두 번씩이나 들은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한국사회에는 대기업을 공격하면 개혁적으로 비쳐지는 풍조가 있는데 경제장관들까지 그러면 기업의 설 자리는 정말 없어진다"고 걱정했다.

정구학 산업부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