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다소 빡빡해지긴 했으나 설은 역시 설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손에 손에 선물 꾸러미를 챙겨든 귀성객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백화점 매장을 기웃거리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내의 한벌이라도 고르는 마음, 엄마 따라 새옷을 사러 나온 어린아이의 깡총거림이 훈훈하고 흥겹게만 보이는 때다.

불황의 여파로 주변 분위기는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나눔의 정"은 빠뜨릴 수 없다.

부모님은 물론 평소 찾아뵙지 못했던 친척이나 스승, 신세를 진 이웃들을 챙기는 작은 정성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미풍양속이다.

올해는 징검다리 휴일로 설 연휴를 늘려 잡는 기업들이 많다.

이에 맞춰 귀성 인파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유통업계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설 특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 업체들은 이번 설 대목의 선물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5~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물 구입 패턴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자리잡은 고가 명품 세트와 중저가 실속형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백화점 업계는 갈비 정육 굴비세트와 같은 전통적인 인기 상품과 함께 5만~10만원대의 실속형 상품을 대거 추가시켰다.

넥타이 화장품 기획세트 등의 잡화류와 조미료.전통차 세트, 소형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의 판매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고가 명품세트로는 롯데백화점의 3백만원짜리 코냑, 신세계백화점의 1백만원짜리 굴비, 현대백화점의 49만원짜리 한우세트 등이 눈에 띈다.

식품업계는 알뜰 소비 패턴에 맞춰 햄 참기름 식용유 등 실속형 선물세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제일제당의 경우 불황일수록 매출이 증가한다는 참치 선물세트를 올해는 55만세트나 기획하고 있다.

대상도 2만원대의 실속형 제품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또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설 대목을 맞는 식품업계의 특징중 하나다.

주류업계도 소비 양극화에 맞춰 2만원대에서부터 20만원대 고급 양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격대의 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2만원대 선물로는 두산의 "국향" 선물세트, 20만원대 양주로는 ''레미마르탱'' 등이 대표적이다.

주류 업체들은 특히 골프시계 라이터 위스키잔 등을 덤으로 주는 판촉행사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치약 비누 등 생활용품도 명절 선물로 애용되는 상품이다.

가격 면에서는 부담이 없으면서 받는 이의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생활용품 업체들은 이같은 점을 앞세워 전년 대비 20% 가량의 매출 증가를 노리고 있다.

대부분 자사의 비누 치약 샴푸 브랜드중 최고 인기 상품을 모은 세트 상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격은 2만~5만원선.

할인점은 실속 구매가 늘면서 각광받는 곳이다.

특히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PB(자체 브랜드)상품 개발에 주력해 양질의 선물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랜드마트가 자체 기획한 갈비-양주, 과일-양주 혼합세트는 돋보이는 PB 선물 상품이다.

할인점 역시 백화점처럼 대량 구매자에게는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명절 선물중 빼놓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상품권이다.

주는 이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고민이 없고 받는 이는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특히 상품권의 사용처가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 매장은 물론 물론 호텔 주유소 놀이공원 외식업소 등으로 확대되면서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설에는 상품권 판매가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물은 준비하되 눈높이는 낮추자"

올 설 역시 외환위기 이후 정착된 "분수에 맞는 선물 주고 받기" 분위기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