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안기부자금을 지원받은 의원들의 명단이 한 일간지에 보도되자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혔다.

리스트에 2억8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 김기배 사무총장은 "정치인들이 당에서 자금을 받을 때 그 돈의 출처를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안기부자금임을 몰랐다고 극구 해명했다.

이재오 사무부총장도 "나는 개인통장도 없는데 어떻게 계좌추적을 했기에 2억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느냐"고 흥분했다.

한나라당은 성명과 논평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신독재자''로 비난했고 박순용 검찰총장을 ''권력의 주구''로 성토했다.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의 자금문제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어느 정치인이 정치자금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건이 터져나온 시점도 이번 수사의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한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삼재 부총재는 검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할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만약 96년 총선자금을 수사하려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김 대통령의 ''20억+α''수수설 등 비자금 의혹까지 함께 조사해야 형평에 맞는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고 일단 원내에서 강경투쟁을 전개하되 사태의 추이를 봐가며 장외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관례였다고 해도 국가 재정을 선거자금으로 쓴 것은 명백한 잘못이므로 강삼재 부총재는 검찰에 나가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인사는 "만약 혐의가 확인되면 (당에서도)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이번에 문제된 것은 일반적인 정치자금이 아니라 국가예산을 횡령한 정치자금"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행태에 대해서는 계속 비판해왔지만 이번에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입으로만 큰 정치를 되뇌일게 아니라 이번 만큼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여론의 주문인 것 같다.

윤기동 정치부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