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관리체제이후 눈부신 성공신화를 만들어 냈던 M&A·벤처·증권 스타들이 줄줄이 몰락해 가고 있다.

정현준 김석기 김진호 고창곤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경제계의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다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키며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는가 하면 구속당하거나 잠적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에 앞서 터진 정현준(32)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의 동방금고 사건은 신세대 스타의 몰락을 상징한다.

정 사장은 IMF관리체제 직후인 지난 98년 M&A(기업인수합병) 중개 기업이던 한국디지탈라인을 인수하면서 이를 발판으로 ''코스닥 붐''을 타고 벤처업계의 ''큰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계기로 정·관계 로비의혹이라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고 금감원 국장을 자살하는 처지로 몰아넣었다.

자신 역시 ''영어(囹圄)의 신세''로 전락했다.

대유리젠트증권(현 리젠트증권)사장을 지낸 고창곤(38)씨 역시 지난 98년 증권업계 최연소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인물.산업증권 홍콩사무소 근무시절 영국계 투자회사인 리젠트퍼시픽그룹의 제임스 멜런(43)회장을 알게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리젠트홍콩 펀드매니저를 거쳐 대유리젠트증권 공동대표와 단독대표라는 증권업계 거물로 자리잡았다.

지난 8월 금감원의 주가조작 혐의 조사과정에서 자진 사퇴했음에도 불구,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으면 안될 처지가 됐다.

고씨는 리젠트홍콩 펀드매니저로 있으면서부터 진승현씨와 친분을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풍운아로 통해온 김석기(43)씨는 최근 홍콩에 체류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극배우 윤석화씨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김씨는 지난 7월 중앙종금을 살리기 위해 기획예산처 출신의 고위공무원을 부회장으로 스카우트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증자에 실패,영업정지를 당했다.

김씨는 약 5백억원의 개인재산도 함께 날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포털 1세대인 골드뱅크 신화를 이룩했던 김진호(32)씨는 지난 3월 미국계 릴츠펀드의 적대적 M&A에 밀려 회사를 넘기면서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김씨는 골드뱅크를 빼앗긴 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등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IMF관리체제 이후 증시가 폭등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수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이 특징.성공 기반이 됐던 증시가 곤두박질치자 이들도 증시와 운명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