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했지만 주식시장은 별 반응이 없다.

금융불안 등의 외부변수도 있겠지만 이번 실적결과가 4·4분기와 내년 초 전망을 어둡게 했다는 점이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체 기업 중 60%가 전분기에 비해 매출이 감소해 상장기업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것이란 우려를 자아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종목별로는 이번 실적공개를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는 기업이 적지않다.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숨은 진주''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날 삼영모방 태평양물산 내쇼날푸라스틱 미창석유 등이 강세를 보인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분도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영업이익이 2분기에 비해 줄어든 기업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3분기 실적발표는 종목별 접근의 유효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제값받기 시작한 숨은 진주=대우증권은 이번 실적결과로 확인된 경기둔화조짐,기업 및 금융구조조정,해외변수 등의 정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전체 시장의 변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분도 연구위원은 "이 경우 개별종목의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은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상장기업 평균(1백40%)보다 낮고 2분기에 비해 영업이익 및 순이익 증가율이 높은 23개 투자유망종목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삼영모방 내쇼날푸라스틱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태평양물산 대덕GDS 경동보일러 미창석유 조선내화 유한양행 등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시장매기가 실적호전 중소형 종목으로 쏠리는 조짐이 나타난 셈이다.

대우증권은 실적을 놓고 기업을 평가할 때 영업이익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상이익의 경우 영업활동 외에 예금이자,유가증권 평가이익,지분법평가이익 등이 포함된다.

영업이익률 기준으로 고려제강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이 9천3백29%로 가장 높았다.

삼환기업 삼영모방 태평양물산 대덕GDS 등은 증가율이 2백%를 넘는 실력을 과시했다.

◆잠복 중인 M&A테마주=3분기 실적만 보고 향후 주가전망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는 "자금시장 불안감과 경기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실적의 연속성 여부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실적호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과거 실적이 그대로 주가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실적 자산 등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된 종목이 널려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동원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동성 자산으로 부채를 다 갚고 시가총액을 몽땅 사고도 돈이 남을 만큼 저평가된 기업이 거래소에서만 3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강성모 동원증권 시황팀장은 "이들 기업은 M&A(인수합병)를 한 뒤 회사를 청산해도 이익이 남는 회사"라면서 "M&A가 시장의 관심사로 등장할 경우 테마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