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의 적정성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 정기국회 막바지에 뜨거운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조사 대상은 98년 조성한 공적자금 64조원과 회수해 재사용한 18조6천억원, 공공성 자금 28조원을 합한 1백9조6천억원이다.

특히 재경부장관 등 전.현직 관료와 은행장 등이 대거 증인으로 소환될 것으로 보여 이번 국정조사가 경제계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으로부터 4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추가조성 동의안을 곧바로 심의.처리한다는 양보를 얻어낸 대신 국정조사를 수용했다.

여야 모두 잘못된 점은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데는 입장을 같이하고 있으나 증인채택 범위와 시기 등에 대해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세부 일정 협의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 조사 시기 및 증인 채택 범위 =여야는 이번주 안에 재경위와 법사위 심의를 거쳐 다음주초 공적자금 추가조성 동의안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국정조사 계획서를 함께 의결하기로 했다.

따라서 국정조사 계획서가 다음주초 국회에서 처리되면 다음주말이나 20일께부터 기관보고를 듣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 여야는 아직 협의를 시작하지 않았으나 진념 재경부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및 이용근,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 등의 출석요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남궁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이상용 현 사장, 정재룡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진만 한빛은행장, 류시열 전 제일은행장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 대표의 소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광우 제일은행 부행장, 김종환 전 대한투신 사장, 홍성일 한국투신 사장, 박해춘 서울보증보험 사장, 박재웅 서울보증보험 상무, 이강환 대한생명 회장, 이정명 대한생명 대표, 김진범 하나로종금 사장, 한영철 대우 구조조정추진협의회 사무국장 등도 증인이나 참고인 대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인.참고인 수를 가급적 줄이자는 입장이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 예상 쟁점 =우선 금융부실 규모의 산정이 적합했는지 여부가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부실 규모를 1백18조원으로 추산하고 64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했으나 당시 한국경제연구원은 부실채권 규모를 3백조원으로 추정하는 등 정부의 통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여야 의원들의 시각이다.

금융 구조조정 지연과 워크아웃 기업의 부실채권 증가로 공적자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도 질의 대상으로 꼽힌다.

종금사에 12조원의 자금이 투입됐고 21개사나 정리됐지만 일부 종금사는 영업정지 이후에 되살아나 재영업을 하다가 다시 폐업을 하는 바람에 5천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의 사후관리 미비와 도덕적 해이 현상도 주요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무리한 해외매각의 문제점도 지적할 계획이다.

제일은행의 경우 17조원의 자금을 쏟아붓고도 불과 5천억원에 해외매각이 이뤄진 사례를 제시할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매각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공적자금 사용내역을 낱낱이 밝혀내고 부실책임자 사과와 문책을 요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펴기로 해 여야간 격론이 예상된다.

◆ 제도개선 방안 =한나라당은 여야 정책협의회를 통해 최소비용 투입 원칙을 규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적자금관리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 추가조성 동의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법 제정 문제를 협의할 수는 있지만 미리 확답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태도다.

여야는 또 부실의 책임이 있는 금융기관 임직원과 기업주에 대한 재산환수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및 감독권을 예금보험공사에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권한 집중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이에 소극적이다.

정태웅.김남국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