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6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이 위성중계를 통해 전해지자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의 대합실 및 시내 주요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환호성을 올렸다.

관공서나 회사 사무실에서도 직원들이 퇴근을 미룬 채 노벨평화상 수상의 의미를 놓고 얘기꽃을 피웠다.

사회 각계 인사들은 대부분 이번 수상을 ''범민족적 경사''라고 환영하며 남북관계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김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정치 안정과 경제불안 해소,민생현안 해결 등 내치에 더욱 힘을 쏟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민 반응=비전향 장기수인 양희철(65)씨는 "우리 민족의 일원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것은 경축할 일이며 김 대통령의 수상 이유는 남과 북 사이의 화해분위기를 조성한 공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대치상황을 극복하고 화해와 교류가 이뤄지는 마당에 민족적인 겹경사가 생겨 더욱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우영(30·여) 대표는 "정부가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북측이 껄끄러워한다는 이유로 납북자 문제 등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노벨상 수상이 국내의 소외받는 자국민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돌아보고 귀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재계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국가 이미지 제고와 신인도 향상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경련은 "이번 수상으로 한반도 평화의 기틀이 다져지는 동시에 인권과 민생복리가 꽃피는 사회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분단 상황에 있는 남북의 국가위험도를 낮춰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는 등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은 "인권·환경문제,부정부패 등 우리나라에 대한 일부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아 국가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고 나아가 우리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한층 제고시킬 것"이라며 "우리 상품의 수출과 외국인 투자유치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경총과 대한상의 중소기협중앙회 등도 "국가적인 경사"라며 "이제는 국내 기업구조조정 등 경제문제에 전념해 경제 안정을 이룩하는 데 매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시민단체는 김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을 반기면서 내치에 더욱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강만길 민화협 상임의장은 "역사상 우리 민족이 분쟁의 원인이 됐던 경우는 많지만 세계 평화에 기여했던 적은 없었다"며 "김 대통령의 이번 수상은 남북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노력을 전세계가 인정해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연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번 수상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수상을 자만하거나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내치에 힘을 쏟는 촉진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경석(52) 시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정말로 환영할 만한 민족의 경사"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온 국민은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화상은 여타 상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김 대통령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북한은 물론 미·일·중·러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