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김 대통령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경사라고 할 만하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가 신인도 상승과 국정운영의 안정 등 부수적인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상은 김 대통령 개인적으로 그동안 고난의 세월을 걸어온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크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수상소감 첫마디에서 "국민과 함께 받았다"고 말했다.

유신 등 군사정부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많은 희생자를 대표해서 상을 받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전적으로 국민들에게 수상의 공을 돌린 것이다.

김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대한 노력을 전세계가 평가해준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국가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 비친 ''한국''은 최루탄이 난무하고 거리에서 시위가 그치지 않는 나라였던게 사실이다.

역대 정권들이 민주국가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를 ''1백%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이런 인식을 전환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권위기관이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도에 대해 ''인증''을 했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완벽하게 보장된 것은 아닐지라도 일정 수준 향상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나아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분발을 촉구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정치권에서 찬반 양론이 엇갈린 인권법 제정과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해서 국제기관이 ''훈수''를 한 셈이다.

앞으로 인권과 민주주의 관련법규의 정비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신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현대의 한 해외영업담당 임원은 "김 대통령이 노벨상을 탄 것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올려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선진국들에 한국 상품에 대한 일정한 신뢰를 주게 돼 수출상품의 가치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남북대화와 국정개혁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상이 최종 확정되기 전부터 ''김 대통령 유력''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은 분단 55년 만에 남북화해의 기틀을 만든 것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속도위반''이라는 시각을 압도할 수 있을 만큼의 탄력을 얻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은 임기 후반을 맞은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 정권이란 한계 속에서 여야간 극한 대치 등 불안한 정치상황이 지속된데다 이익단체의 반발로 경제 구조개혁 작업이 지연돼 김 대통령이 쌓은 통일 외교 분야의 성과가 희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국제적인 지도자로서 위상이 높아진 만큼 자신감있는 정책 집행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에서 화해와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시장 동요, 고유가 등 경제 불안 요소가 산재한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경제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안정도 필수적이지만 국회법 처리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여야관계의 불안요소도 상존해 있 다.

따라서 내치의 안정과 경제의 번영을 이뤄야 하는 과제가 노벨상을 수상한 김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셈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