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진성호가 콜라를 마시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데 보냈습니다.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환율이 급등할 것이라는 겁니다.

IMF 전 환율에서 두 배 내지 세 배까지 급등한 것이 과거 IMF사태를 맞은 나라의 공통된 현상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환율은 1,600선에서 2,400선까지 급등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어제 금융시장에서 회사채 금리가 IMF체제 전 10퍼센트 선에서 17퍼센트로 폭등했습니다.

앞으로 30퍼센트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IMF사태를 당한 남미국가는 초기에 40퍼센트를 넘어갔으니까요"

박인호 사장이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

"말씀하시지요" 진성호가 말했다.

"환율이 오르는 것은 이해하겠는데,금리는 왜 그렇게 오르는 거요?

금리가 오르면 금융비용 때문에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거 아니오.

수출을 해야 무역흑자가 생겨 외채를 갚을 수 있는 거 아니오.

고금리면 차입 경영에 의존하는 한국기업이 어떻게 살아남겠소?

금리가 연 20퍼센트를 넘으면 한국에 살아남을 기업은 하나도 없어요.

IMF라는 조직은 대체 어떤 조직이오?"

"저는 IMF 정책이나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습니다.

이현세 이사가 답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진성호가 경제연구소 출신인 이현세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현세가 회의탁자에서 떨어진 벽 쪽 의자에서 일어났다.

"글쎄요.

정부와 학계 일각에서는 IMF 조직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확실한 건 IMF라는 조직이 자선단체는 아니라는 겁니다.

고금리를 강요하는 IMF의 대외명분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첫째 외화 유치,둘째 국내기업의 자금수요 감소,셋째 금융기관의 건실화…"

이현세의 설명에 진성호가 끼여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고금리면 외화 유치가 가능하다고요?

아프리카 오지의 나라가 고금리를 내세우면 외화가 들어옵니까?

그리고 고금리 때문에 국내기업의 자금수요가 감소한다고 하는데,한국기업의 자금수요는 차입경영 상황에서 우선 부채를 갚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셋째로 고금리면 금융기관의 수입이 올라 금융기관의 재정이 건실화된다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돼요.

고금리를 유지하면 막대한 금융부담을 견디지 못해 기업이 줄줄이 도산할 거고,기업이 도산하면 은행에 부실채권이 쌓여 금융기관도 같이 도산하게 됩니다"

"그럼 고금리를 강요하는 IMF 조직의 진정한 목적은 도대체 뭐요?"

박인호가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수익률이 떨어져 주가는 하락할 것이고,현금 가치가 올라가니 IMF사태를 맞은 나라의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가치가 떨어지겠지요.

그 다음 외국자본이 국내에 투자해 헐값에 인수하겠지요"

이현세의 설명을 끝으로 잠시 무거운 침묵이 회의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진성호가 무슨 다급한 일이라도 있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장단들은 진성호의 갑작스런 행동에 긴장한 빛을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