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일요일은 즐거워'' 5백80회,MBC ''목표달성 토요일'' 1천24회,SBS ''기분좋은 밤'' 1천22회.

방송 3사가 한시간짜리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에서 각각 사용한 자막 횟수다.

시청자들은 약 세시간 여만에 총 2천6백26회에 달하는 자막을 본 셈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거의 ''문자방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성의 녹음상태가 불명확한 경우나 특별히 강조할 때 사용하던 자막이 최근 들어서는 연출자의 의도를 나타내기 위한 각종 부호나 상황설명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콧구멍 속에 팍 꽂아뿐다'' ''또라이'' 등 방송언어로 부적합한 속된 표현의 자막처리로 TV화면이 공해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한국방송진흥원(원장 이경자) 프로그램 분석팀이 지난 6월26일∼7월2일 방송3사의 토크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 20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주창윤 책임연구원은 "자막 속에 욕설 반말 등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물론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자막이 삽입돼 TV화면이 마치 만화처럼 조잡해지고 프로그램 내용이 제작자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또 출연진과 진행자의 겹치기 출연현상도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의 분석기간 동안 샤크라의 경우 KBS 3개 프로그램,SBS 3개 프로그램 등 무려 6개의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했다.

MC 역시 방송3사 모두 같은 진행자가 평균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9년 가을개편과 올해 봄개편 사이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급격히 늘렸다.

KBS1이 3편에서 11편으로,KBS2가 19편에서 24편,SBS가 14편에서 25편으로 늘어났다.

MBC만 16편에서 15편으로 줄어들었다.

주 책임연구원은 "지난번 방송의 선정성 논란에서 보다시피 주말 가족시청 시간대에 집중 편성돼 있는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은 언어오용,과도한 자막처리,사적대화의 남용 등 방송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더 심각해지기 전에 방송사의 자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