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을 조금 벗어난 지점에서 쇼트어프로치샷이나 퍼팅(텍사스 웨지)을 할 때 깃대를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은가,아니면 빼놓는 것이 좋은가.

물론 어느 것을 취하든 벌타는 없다.

그런데도 굳이 깃대를 제거한 뒤 샷을 하는 골퍼들이 있다.

그들은 "홀에 들어갈 볼이 깃대를 맞고 튀어나올 우려 때문에"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첫째 어프로치샷한 볼이 깃대를 맞고 튀어나오면 그것은 실(失)보다 득(得)이 된다.

깃대에 바운드될 정도의 세기라면 깃대가 없을 경우에는 홀을 훨씬 지나쳐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그런 생각을 하는 골퍼들은 만약 깃대가 똑바로 꽂혀 있지 않고 볼쪽으로 기울어진 채 꽂혀 있다면 홀인확률이 적어질 것이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깃대를 빼놓아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샷하기 전에 깃대를 똑바로 세우면 될 것이 아닌가.

깃대를 꽂아둔 채 어프로치샷을 해야 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이미 증명됐다.

쇼트게임 교습 전문가인 미국의 데이브 펠츠는 지난 90년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그린 밖에서 퍼팅머신으로 어프로치샷을 했는데 깃대가 있을 때가 없을 때보다 홀인확률이 33%나 높았다.

이번에는 사람이 직접 실험을 한 결과 깃대가 있을 때 홀인확률이 18% 높았다.

퍼팅머신과 사람이 모두 1천회의 샷을 시도했기 때문에 편차가 작고 신뢰도는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실험결과를 놓고 ''퍼팅이 아니라 칩샷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펠츠는 이에 대해 "볼이 그린에서 구르기 시작한 뒤에는 그것이 퍼터로 쳤든 9번아이언으로 쳤든 무슨 상관인가"라고 반문한다.

프로골퍼들 중에도 펠츠의 이론을 믿지 않아서,또는 개인적인 습관 때문에 깃대를 제거한 뒤 어프로치샷을 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러나 골프는 확률게임이다.

과학자(펠츠는 미국항공우주국 출신임)가 실험을 통해 증명한 객관적 사실을 외면할 필요가 있겠는가.

깃대를 꽂아둔 채 어프로치샷을 하다보면 볼이 깃대 상단에 맞은 뒤 바로 홀 속으로 떨어지는 행운도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