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문제는 적지 않은 논란거리다.

주식을 보유하는 한 제한없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겠지만 금융기관의 자금이 모두 고객이 맡긴 돈인 만큼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다.

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법규들은 정부의 기업및 증권 정책 방향에 따라 수시로 바뀌어왔으나 최근에는 30대 그룹에 속한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원칙 허용,일부 제한 쪽으로 점차 수정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 문제가 새삼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정부가 투신사에 사모펀드를 허용하면서 이 펀드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두지않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의결권을 제한 없이 허용해 기업인수 합병(M&A)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또 이를 통해 증시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투신사에 사모펀드를 허용하는 것이 과연 투신사의 자산운용 원리에 맞는지부터가 의문이고 또 경영권 공격과 M&A를 장려하는 방법으로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기업및 증시 대책이 될 것인지 적지 않은 의문이다.

현행 10%인 공모펀드의 종목당 투자한도를 사모펀드에선 50%로 끌어올려 적대적 M&A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30대 재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 모양이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30대 그룹에 대해서는 M&A를 불허하고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하는 실로 기이하고도 우스꽝스런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경영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의결권 허용 여부를 정부가 이렇듯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좋은 것인지는 굳이 긴 답변이 필요 없을 것이다.

투신사의 불공정거래 가능성도 심각한 문제다.

사모펀드와 공모펀드를 동일인이 관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익상충이나 정보불균형은 투신사의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근본에서부터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사모펀드를 통한 경영권 공격이 보장된다면 투신사는 M&A에 관한 우월적 정보를 이용해 온갖 종류의 불공정 거래에 개입할 동기를 갖게될 것이고 이는 기관투자가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로 되고 말 것이다.

투신사에 사모펀드를 허용하겠다는 발상은 재고되어 마땅하다.

원칙은 원칙대로 무너뜨리고 허다한 부작용만 낳게 될 얕은 아이디어라면 이는 결코 정부가 취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