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구시가지 북단에 위치한 위위안(豫園).

4백50여년전에 만들어진 유명한 정원이다.

중국의 전통적인 상가 1백여개로 구성된 위위안상창(豫園商場)이 둘러싸고 있어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위위안상창의 상점 사이에 위치한 중국 최대의 공상은행 위위안지점.

일요일인데도 문전성시다.

창구직원 6명이 오가는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정상 가동된다.

환전은 물론 예금까지 받는 등 평일과 다를게 없다.

일요일이면 아예 문을 닫거나 극소수 점포에서 "부분영업"만 하는 국내은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공상은행의 3만2천개 점포는 요일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손님이 필요한 시간에 문을 연다"는게 이 은행 왕웨이(王偉)씨의 설명이다.

비단 공상은행만이 아니다.

중국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상하이은행 등 모든 은행이 다 그렇다.

주변환경에 맞게 탄력적으로 영업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상하이시내 곳곳엔 "쯔주(自助)은행"이란 이름이 붙여진 자동화 무인점포도 24시간 가동된다.

그러나 이것은 겉모습이다.

속으로는 중국의 은행산업도 한국의 은행산업 못지않게 변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주제도 같다.

산더미같은 부실채권 처리와 신속한 구조조정이다.

부실채권 문제는 지난해 11월 중국 2위의 광동국제신탁투자공사가 공식 파산선언을 하면서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그렇지만 뿌리는 훨씬 깊다.

중국은행들의 최대 고객인 국영기업들이 부실화되면서 부실채권은 은행들의 근간을 흔들기 시작했다.

은행 전체 대출의 25%인 7조5천억위안(약 9백조원) 가량이 부실채권일 정도다.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특유의 고용우선정책에다 은행 공통의 트레이드마크인 "철밥통(평생직장)" 전통까지 가미되다보니 직원숫자만도 천문학적이다.

공상은행 직원은 55만명, 농업은행 직원은 무려 70만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상하이는 다르다.

상하이에서 영업을 하는 15개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구조조정도 다른 어느 지역보다 앞서 있다.

상하이은행의 경우 점포수를 99개에서 61개로 줄였다.

공상은행 상하이본부도 직원수(1만5천명)를 해마다 10%(1천5백명)씩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광대은행그룹은 일련의 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은행 1개 보험회사 2개를 거느린 전형적인 금융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이렇다보니 상하이은행들은 은행산업 개방에 경계심이 덜하다.

외국은행과 얼마든지 겨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WTO 가입후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인민폐 업무까지 외국계 은행에 완전 개방하는 5년안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수 있다(루스민.陸世民 재경대 교수)"고 자신한다.

현재 중국의 대출금리(1년 기준)는 연 5.9% 수준이다.

반면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25%에 불과하다.

단순한 예대마진만 3.65%포인트에 달한다.

하기에 따라선 떼돈을 벌 수 있다.

자산운용에 일가견이 있는 외국은행으로선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상하이의 개인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론) 잔액이 3백억위안으로 전국의 20%를 차지한다.

승용차론도 2억위안에 달한다.

무려 1백21개(지점 53개, 사무소 68개)의 외국은행이 앞다퉈 상하이로 진출하고, 소비자금융의 선두임을 자부하는 시티은행과 홍콩상하이은행이 중국본부를 홍콩에서 상하이로 옮긴 근거다.

소비자금융이 허용되는 5년후를 노린 장기 포석이라는 얘기다.

지금 상하이 은행산업은 위기이자 경쟁력강화 기회인 변혁의 시대에 들어서 있다.

<> 특별취재팀 =정동헌(영상정보부) 한우덕(베이징특파원) 하영춘(증권1부) 차병석(벤처중기부) 박민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