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 태창정보기술 사장 >

"인간의 눈에 가장 편안하고 거부감없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생산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입니다.

기계 내부는 디지털화되더라도 전광판 외형은 마치 예술작품처럼 느끼도록 만들 작정입니다"

태창정보기술 이희성 사장(46).

지난해 12월 전광판 업계에 뛰어든 그는 공격 경영으로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82년 금성사 컴퓨터사업부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이 사장은 주로 대형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과 소프트웨어 한글화 작업에 매진했다.

이 일을 하면서 외국어대 유재원 언어학과 교수와 "우리말 역순 사전"을 펴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난 85년 엔지니어가 국어사전까지 펴내자 관심이 대단했죠.우리말 사전이 대개 "가나다"순인데 비해 이 사전은 "김치"를 찾으면 "나박김치 배추김치"등 하부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죠.

이때문인지 보통 1만부가 팔리기 어려운 특수사전이 미 의회도서관에까지 들어갔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사장은 지난 86년 모토로라사로 자리를 옮겨 카폰과 무선호출 교환기 업무를 개시했다.

국내 이동전화 기술 개발이 90년대중반부터 본격화됐음을 감안하면 10년이나 앞섰던 것.

이후 SI업체에서 통신관련 소프트웨어도 만들었다.

이같은 실무경험을 종합해보면 이 사장은 대형에서 마이크로까지 소프트웨어는 모두 취급해본셈이다.

실물 경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장답게 최근 진행중인 인재채용 과정에서도 학력을 따지지 않는등 파격을 시도했다.

지난해 12월 영세한 전광판 업체인 태창정보기술 사장으로 옮겨오면서 이 사장은 "그랜드 플랜"을 세웠다.

"전광판 업계는 모두 30여개사가 사활을 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영세한 규모에다 인력도 부족하다보니 대부분 자체 개발품은 없고 주문생산에만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태창은 앞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영상표출장치 사업에 주력할 것입니다"

태창정보기술은 지난 4월부터 중기청과 공동으로 "경박소형 영상표출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내년 2월까지이지만 이 사장은 이보다 앞당겨 연내 개발작업을 마무리할 작정이다.

"현재 20cm 정도인 전광판 두께가 조만간 엄지손가락 크기에 불과한 1cm 이하로 얇아질 겁니다.

기존 전광판을 경량화하는 작업과 동시에 표준화를 주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98년까지 연 매출액이 10억원을 밑돌던 태창정보기술은 이 사장의 공격 경영을 바탕으로 올해 50억원 매출은 무난히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2002년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국스포츠용구협동조합에 회원으로 등록,현재 부산 경기장 전광판을 제작하기 위한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위성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스카이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점차 옮기고 있다.

이 회사의 신흥식 회장이 현재 스카이미디어의 회장직을 겸직하고 있다는게 이 사장의 얘기다.

"브라운관은 50인치 이상 제품이 아직 없습니다.

프로젝터는 빛이 있으면 볼 수 없구요.

전광판 또한 선명도에 큰 약점을 갖고 있죠.

이 모든 제약을 뛰어넘는 게 바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치입니다"

이 사장은 모양과 크기가 자유자재인 디스플레이 장치를 생산하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다.

그래야 이 분야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것.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2년 내 매출액이 1천억원을 돌파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태창정보기술은 이제 더이상 전광판 업체가 아니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겠습니다"

(02)866-3399

< 조재길 기자 musoyu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