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이다"

지난 상반기중 펀드매니저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오히려 늘어만 가는 마이너스 수익률 탓이다.

펀드수익률은 뒷걸음질치지,고객들은 "내 돈 내놔라"라고 성화지,주위에서는 "실력이 고작 그 정도냐"고 눈치를 주지.주가가 오를만 하면 매물을 쏟아내는 행태때문에 직접투자자들로부터도 상당한 시련을 당해야 했다.

그렇지만 성적이 나쁜걸 어찌하랴.뮤추얼펀드와 주식형펀드 성장형 모두 상반기 수익률이 -17%를 넘고 있으니 펀드매니저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빼어난 펀드매니저가 있기 마련이다.

주식형펀드 성장형의 경우 모든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이란 늪에서 헤맨 반면 동양오리온투신의 비너스단기주식5호는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설정액 50억원이상인 펀드중 유형별로 상위 20위안에 랭크된 펀드를 살펴본다.

<>유일한 플러스 수익률이 나온 성장형=설정규모 50억원이상이고 지난 6월초 주식편입비중이 50%가 넘는 펀드중 상반기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동양오리온투신의 비너스단기주식 5호가 유일했다.

이 펀드의 설정일은 작년 5월3일.지난 상반기 수익률은 2.56%를 기록했다.

지수대비 초과수익률은 무려 22.45%에 달했다.

더욱이 주식편입비중이 81.8%에 달한 상태여서 거둔 개가라 더욱 돋보인다.

"영웅은 난세에 난다"는 말을 빌린다면 진정한 펀드매니저가 탄생한 셈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는 정규진씨.펀드매니저 경력 5년이다.

정 매니저는 플러스 수익률을 낸 비결로 금융주에 대한 공격적인 편입을 꼽는다.

"주가가 650수준일때 삼성전자를 과감히 팔고 은행및 증권주를 과감하게 산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는게 자체 평가다.

한빛은행만으로 70%정도의 이익을 냈다.

LG투자증권도 수익률상승에 기여했다고 한다.

남들이 다 "금융주는 안된다"고 할 때 며칠 밤을 지새우면서 금융구조조정 진행상황을 꼼꼼히 점검,금융주에 승부를 걸었다고 한다.

현재는 포트폴리오를 재편,삼성전자 삼성증권 주택은행 신한은행 한전 SK텔레콤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닥종목은 한주도 갖고 있지 않다.

정규진 매니저가 현재 운용하는 펀드는 모두 18개.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죽을 쓰는 간접투자시장이 올해 유일하게 발굴해낸 보배 매니저인 셈이다.

동양투신의 비너스단기주식5호를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한국투신의 PK매직주식D3호(매니저 정순호)의 경우 -1.89%였다.

그나마 19위까지 마이너스 한자릿수 수익률로 다른 펀드에 비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상대적 성적이 돋보이는 안정성장형=안정성장형은 주식편입비율이 70%이하로 낮다.

그런만큼 장세에 따라 탄력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이 작용해서일까.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가 6개나 나왔다.

수익률 1위는 한국투신의 PK플러스주식5-2호.김종철 매니저의 작품이다.

다른 펀드 가입자들이 원금손실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김종철 매니저는 상당한 "행복"을 투자자에게 안겨준 셈이다.

이밖에 한국투신의 PK플러스주식5-3호,제일투신의 CJ비전안정성장주식 06-11호,대한투신의 대한윈윈베스트주식1-6호,SK투신운용의 OK안정주식B3호,한국투신의 PK중기주식1호등이 플러스 수익률을 내 매교적 선전했다.

한국투신의 선전이 특히 돋보인다.

<>한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에 만족해야할 뮤추얼펀드=지난 상반기중 뮤추얼펀드는 -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정액이 50억원이상이고 지난 6월초 주식편입비율이 50%이상인 뮤추얼펀드도 마찬가지다.

1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의 실크로드자산배분1호의 수익률도 -8.67%에 그쳤다.

그나마 지수대비 11.22%의 초과수익을 낸데 만족해야 했다.

2위도 미래에셋의 박현주드림6호(수익률 마이너스8.86%)가 차지했다.

미래에셋이 뮤추얼원조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것으로 평가된다.

3위부터 14위까지는 마이너스1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