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에 외국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소위 "벤처 거품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기업들에 꾸준히 미소를 보내고 있다.

코스닥 주가가 빠지면서 국내 창투사들이 잠시 손을 놓고 눈치를 보는 와중에도 미국 일본 홍콩 등 해외 투자기관들은 유망 업체를 찾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한편 한국의 벤처캐피털도 해외 벤처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자할 돈은 넘쳐나지만 웬만한 한국 기업은 다 훑은 상태다 보니 이젠 해외 시장에서 "대어"를 낚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

홈그라운드에서 어느 정도 "실전 연습"도 거친 터라 이젠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내보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자본이 밀려온다=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팍스넷을 시작으로 약 1천6백만달러의 벤처투자를 했다.

H&Q AP는 2억달러 규모의 한국 전용 투자펀드를 운용,지금까지 약 1억5천만달러를 쏟아부었다.

리타워그룹도 자회사인 아시아네트와 리타워테크놀로지스(구 파워텍) 등을 통해 18개 국내 기업을 인수했다.

올해 약 3천5백만달러를 한국에 투자한 소프트뱅크코리아는 하반기중 3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추가 조성할 방침이다.

차이나닷컴도 올해 한국 인터넷 기업에 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직접 창투사를 설립하거나 국내 투자기관과 펀드를 결성하는 등 진출 방식도 다양해졌다.

올들어 외국 자본이 참여한 창투사는 6월말 현재 총 6개.

컨설팅 회사인 ADL은 국내 기업들과 공동으로 ADL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미국 씨티코프도 2백80여억원을 출자해 씨티코프캐피탈코리아를 최근 설립했다.

한편 체이스맨해튼은 인터베스트 등과 6백억원 규모의 인터넷 펀드를 최근 결성했다.

호주 최대 금융기관인 AMP그룹도 일신창업투자와 손잡고 1억달러 상당의 투자조합을 결성한다.


<>왜 몰려드나=외국 투자가들은 하나같이 탄탄한 통신 인프라와 한국 인터넷 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최고의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부사장은 "인터넷을 비롯한 한국의 첨단 산업 기업가치와 빠른 성장률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 보기 힘들다"며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사회적 정서가 바뀐 것도 큰 요인.

이재우 H&Q AP코리아 대표는 "몇년 전만 해도 외국 자본에 대해 곱게 보지 않던 시각이 우호적으로 변해 외국 자본 진출이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부작용은 없나=해외 대형 투자은행인 G사의 H이사는 "한국 실정에 어둡고 초기 단계 벤처에 대한 평가 노하우가 부족해 주로 코스닥 등록 직전 기업에만 투자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럴 경우 초기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벤처캐피털의 순기능은 약해지고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헤지펀드성 자금이 몰려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석근 LG벤처투자 이사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국내 창투사들은 초기 기업에 선별 투자해 외국자본과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덕 동원창투 사장은 "단순 자금 지원뿐 아니라 다각도의 경영 지원 활동을 통해 "토종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벤처캐피털도 세계로 나간다=올들어 해외 진출을 꾀하는 벤처캐피털이 부쩍 늘고 있다.

한국IT벤처투자는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뉴저지에도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신기술금융사인 삼성벤처투자는 미국에 아예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

지난 88년부터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던 KTB네트워크는 다음달 일본 동경 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미국 시장에만 만족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한편 올들어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 3백60만달러를 투자한 LG벤처투자는 김영준 사장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다.


<>무분별한 해외 진출은 삼가해야=양정규 알카텔벤처스 대표는 "현행 외환거래규정에 따르면 한국 창투사는 자본금의 10% 이내에서만 해외 투자가 가능해 실질적인 해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은 "국내 벤처캐피털이 해외에 사무소나 현지법인 등을 설치할 때는 세금이나 투자규모 운영비 등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사전 조사나 준비없이 무분별하게 해외로 나가는 것은 삼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