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휘발유값이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크게 봐 두가지 문제가 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고,지역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미국 휘발유값은 지난주말 갤런당 평균 1.62달러로 치솟았다.

우리나라 가격과는 비교도 안되게 싸지만 98년 12월 갤런당 1달러에도 못미치는 98센트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1년 반만에 60%가 넘게 오른 것이다.

지역적 편차는 더 심각한 문제다.

지난주 시카고와 밀워키 운전자들은 갤런당 각각 2.13달러와 2.02달러까지 지불해야 했다.

이는 피닉스 주민들이 지불한 1.42달러와 비교하면 50%난 비싼 것이다.

이같은 지역적 편차는 지난 6월1일부터 중서부지역주민들에게 적용된 "저공해 휘발유사용 의무화 정책"때문이다.

이번 휘발유파동은 11월의 대통령선거와 맞물리면서 후보들간 공방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론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는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는 정유사들의 가격담합에 초점을 맞추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해 온 마당에 정유사들의 가격담합(price fixing)이 아니면 이같은 광적인 가격앙등이 있을 수 없다"는 게 고어진영의 입장이다.

반면,정유사들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진 조지 부시후보는 이번 휘발유파동이 빌 클린턴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몰아부치고 있다.

OPEC을 상대로 한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적 실패,앨 고어가 환경보호론자들과 짜고 앨라스카지역의 유전개발을 불허한 것등이 시장실패를 초래한 주요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수사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숫자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휘발유파동에 OPEC가 가장 중요한 진원지라고 지목하고 있는 것은 부시나 고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98년 12월 미국의 휘발유값이 갤런당 98센트에 머물 당시 판매가에서 원유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1.62달러로 오른 지금 원유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71센트로 3배가 넘는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OPEC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원유가를 배럴당 22달러내지 28달러선에서 유지하고 싶어하는 OPEC는 지난 3월 하루 생산량을 1백70만배럴 늘리겠다고 약속했고 또 이를 지켜왔다.

더구나 실제로는 이보다 60만배럴이나 초과 증산해왔다.

이것도 모자란다는 미국의 주장에 따라 지난 2l일에는 70만8천배럴을 더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현재의 원유 수급상황은 "공급초과상태"라는 것이 석유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정유사들에 대한 고어의 곱지않은 눈초리는 근거가 없지 않다.

사실 98년12월에 휘발유값이 갤런당 98센트에 불과했을 당시 1갤런의 휘발유에서 정유사들이 챙긴 몫은 24센트였으나 지금은 33센트나 된다.

고어는 정유사들의 "가격담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맞춰 미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를 조사,7월말까지 의회에 보고하기로 돼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FTC가 이들의 담합을 밝혀내기는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휘발유파동이 정유사들의 담합보다는위험한 재고관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자신해온 정유사들이 재고쌓기를 미루고 재고를 너무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왔다는 분석이다.

선물시장의 투기꾼(speculator)들은 사상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이들 저유소에 기름이 더 채워지려면 상당시간이 더 지나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정유사들의 "예측실패"가 이번 휘발유파동을 불렀다는 설명이다.

고어가 비난표적은 잘 골랐으나 문제의 핵심은 제대로 집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몰아 부치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