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하는 게 쇼입니까,코미디입니까"

"누구는 칼에 찔려 죽고,누구는 그걸로 돈벌고,누구는 즐거워하고..."

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의 형사 최연기가 내뱉는 말들이다.

주제의식이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건 아닐까.

관객들은 가슴을 졸인다.

기실은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픈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이렇듯 감추고 싶은 우리 사회의 "쇼비즈니스"의 실체에 메스를 가한다.

이 연극은 카피라이터 정유정의 죽음이란 "진실"과 그 죽음을 상업적으로 착취하는 "쇼적인 사회"의 대립구도를 갖고 있다.

형사와 용의자들,TV MC들의 말잔치로 채워진 전반부가 그 "쇼"를 부각시켰다면 정유정의 사인을 추적하는 후반부는 "진실"을 찾는 과정이다.

"세상은 나의 죽음에 관심이 없다"(정유정),"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생각지 않는다"(최연기)는 대사가 후반부 첫머리를 장식한다.

작가 장진의 "수다떨기"에 폭소로 화답하던 객석도 갑자기 숙연해진다.

정유정이 왜 죽었는가가 이 연극의 모티브가 아니라고 알고 있던 관객들이 어느덧 진실찾기에 동참하게 된다.

장진은 이렇게 관객을 쥐었다 풀었다 한다.

경찰서 취조실 장면이 조금 느슨해질라 치면 이를 TV로 생중계하는 데스크로 바로 옮겨온다.

야구해설 같은 코믹한 해설로 배꼽을 잡게 하고 다시 얘기를 풀어나간다.

추리극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해 알 듯 모를 듯한 부검장면을 집어넣었다가 피살자가 입었던 고급의류를 경매하는 TV프로그램으로 경쾌하게 넘어간다.

살인사건 수사과정을 TV로 생중계한다는 설정을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이 작품은 영화편집적인 테크닉을 많이 살리고 있어 특히 재미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란 타이틀을 자막에 쏘는 도입부부터 취조실 무대를 3백60도 회전시켜 다양한 앵글을 잡는 신(scene),폐쇄회로TV에 잡힌 장면을 비디오로 보는 것처럼 "PLAY"란 글귀를 넣은 점 등이 대표적인 예.

마지막 장면에서 정유정이 죽은 뒤 영혼이 빠져나오는 것을 홀로그램으로 처리한 것도 돋보인다.

시나리오나 연출적인 부분외에 끝까지 무대에 중심을 잡아준 윤주상(형사반장)과 자연스런 최민식(최연기역)의 연기도 작품의 맛을 더하고 있다.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