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에게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연대보증 계약서에 서명한 보증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항소2부(재판장 권오곤 부장판사)는 18일 국민은행이 정모씨를 상대로 낸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서류의 서명란 옆에 "연대보증인"이라고 인쇄돼 있었던 만큼 피고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은행원은 은행의 지침에 따라 계약 내용을 설명하고 보증인인 피고의 의사를 확인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으므로 은행이 잘못된 계약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국민은행이 지난96년 2월 수입신용장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B사의 연대보증을 선 자신에게 6억2천여만원을 대신 갚을 것을 요구하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서류를 작성해 주는 과정에서 은행원이 아무런 설명 없이 연대보증 서류까지 제시해 이를 근저당권 설정에 필요한 서류로 착각하고 서명한 만큼 연대보증계약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