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회사들의 아파트 분양광고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정보통신부로부터 예비인증(1-3등급)을 받았다는 등의 설명이 뒤따른다.

광고내용을 읽다 보면 아파트 광고인지, 아니면 정보통신 광고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또 첨단 무인경비시스템이나 중앙집진 청소시스템, 현관의 디지털 도어록 등을 갖춘다는 내용도 자주 볼 수 있다.

식기세척기나 빌트인쿡탑에다 고급 비데, 전신 마사지용 샤워부스 등이 설치된다는 문구가 뒤를 잇는다.

한결같이 입주민들의 편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아파트라는 건축물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내용들만 너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체들이 당장 눈에 띄는 마감재에 신경쓰는데 비해 건축물과 관련된 기반기술 개발엔 상대적으로 소홀한 실정이다.

건물의 소음을 줄인다거나 내구성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양대 신성우교수는 "최근 초고층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건물의 전용면적을 넓히고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고강도 큰크리트에 관심을 갖는 업체들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강도 제품을 쓰면 기둥이 얇아져 전용면적이 늘어나고 철골조의 수명도 지금의 40년에서 1백년으로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축에 필요한 콘크리트 비용도 20%가량 절감되고 공사기간도 30%까지 단축된다.

내장을 고급화하고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반기술 개발은 더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열악해진 국내외 건설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라도 공사실적 등의 양적 측면에 매달리기보다는 질적 개선에 치중해야 한다.

살기좋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