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에 일고 있는 금융구조조정의 태풍은 지방은행이라고해서 비껴가는게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지방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전략은 도시은행과는 사뭇 다르다.

합병보다는 지역밀착경영과 지방은행간 협력체제로 독자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지방은행의 모습이다.

일본 지방은행협의회의 하세가와 기요시 조사부장은 "전산 기간망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등 지방은행간 업무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지방은행들은 각각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동지급기(CD.ATM) 3만5천여대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지역별 그룹을 짜서 정보기술(IT) 분야에 공동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세가와 부장은 또 "일본 지방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지역경제와 밀착한 경영전략과 높은 여신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지역밀착경영은 예금과 대출구성에서 드러난다.

지방은행 예금액의 65%는 각 지역 고객에게서 받은 돈이다.

대출액도 58.9%가 지역고객에게 나간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 지방은행들의 행태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운영이다.

또 일본의 지방은행들은 건전성면에서 어지간한 도시은행들을 능가한다.

시즈오카은행이 이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시즈오카현에 본점을 둔 이 은행의 경우 일본의 모든 금융기관중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높다.

작년에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S&P)로부터 AA-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도쿄미쓰비시은행(A-)이나 니혼코교은행(BBB+) 등보다 2-3단계 더 높은 셈이다.

이 은행 고지 히로유키 상무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상환능력을 보고 대출하는 엄격한 심사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은행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많이 했을 때도 우리는 자금상환능력을 중시했다"고 영업전략을 소개했다.

지방은행이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은행으로 꼽힌 비결이다.

이같은 지역밀착경영과 건전성 덕분에 일본 지방은행 수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도 끄떡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지방은행이 구조조정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93년이후 지난해 3월까지 지방은행은 전체 점포수를 8천10개에서 7천8백70개로, 인원은 17만3천5백46명에서 15만6천4백28명으로 각각 감축했다.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결과다.

이처럼 90년대의 버블 붕괴기를 버텨온 일본 지방은행들은 지금 또다른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2002년부터 시작되는 "예금보호제도" 도입이 그것이다.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1천만엔까지만 예금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들의 수신영업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고지 상무는 "은행 경영은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라며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역고객에 더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증권 투신 등 다른 기관과 제휴해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