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감독은 40여년동안 한국영화의 표현영역을 넓힌 인물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세월의 흐름에 묻혀 그의 이름이 퇴색했지만 전성기였던 6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그는 영화에 문학 예술적 취향을 접목시킨 문예영화와 한국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만드는 데 헌신해왔다.

10일 개봉하는 "침향"은 95년 "사랑의 묵시록"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그의 1백9번째 영화다.

침향은 수백년 묵은 참나무를 말릴 때 고목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을 뜻한다.

인간의 영혼이 내뿜는 사랑의 향기가 아름답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영화는 아름다운 자연에 묻혀 인생을 관조하는 김 감독 자신에 관한 이야기인듯 하다.

군에서 제대한 찬우(이세창)는 오랜 친구인 유라집에서 머물면서 선희(이정현)라는 여학생이 보낸 유서를 받게 된다.

선희는 입대전 열차에서 만나 잠시 사귄 적 있는 여인으로 편지에는 자신이 죽으면 유골을 고향땅에 뿌려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다.

찬우는 유골을 뿌린 후 그녀와 함께 가 본 두륜산 대흥사 자락에서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분위기에 매료된다.

한 산장에서 그는 아픈 상처를 묻고 살아가는 진경(김호정)을 만나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줄거리다.

대학생이지만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는 선희역으로 등장한 테크노 가수 이정현의 연기가 전반적인 영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스토리 전개도 진부한 느낌을 준다.

매력은 무대배경인 해남 두륜산 대흥사,영취산 통도사,치악산 등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물안개가 자욱한 호수,대흥사 자락의 우거진 대나무 숲과 대흥사의 천불전 등의 영상미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