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원조(元祖)''를 좋아한다.

음식을 먹으러 가더라도 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식당을 찾는다.

식당 청결도나 서비스의 질 보다는 "원조"인지 아닌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같은 원조선호현상은 아파트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조합원 총회에서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 한양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공권 수주를 놓고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아파트 주민들은 현대건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참석 조합원 7백42명 가운데 99.7%가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준 것.지난해 계열분리된 현대산업개발이 홀로서기 차원에서 사업수주에 총력을 기울여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런 참담한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파트 설계나 시공능력면에서 현대건설에 뒤질게 없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참패를 했다고 보고 있다.

사실 현대아파트는 현대산업개발이 키운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2년 이후 건설된 현대아파트 60만가구 가운데 절반인 30만가구를 현대산업개발이 지었다.

이에 비해 현대건설이 건립한 아파트는 22만5천가구에 불과하다.

현대건설이 주택사업 대신 토목이나 플랜트 부문에 주력했기 때문에 현대아파트의 대부분을 현대산업개발이 지었다고 보면 된다.

오랫동안 국내 최고 아파트로 명성을 날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80%이상을 현대산업개발이 지었다.

굳이 따진다면 현대아파트의 ''원조''는 현대건설이겠지만 실제로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를 키운 것은 현대산업개발인 셈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를 몰라주는 소비자들이 야속할 따름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투표결과를 현대건설의 그늘에만 안주해왔던 지난 시절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현대아파트를 현대건설만 짓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 능력과 실적에 맞는 대접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소비자들의 ''원조''선호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진흡 기자 jinhu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