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들어가면 은행 합병 움직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하나와 한미은행, 주택과 하나 또는 한미은행 등 금융계에 은행간 짝짓기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중은행간 합병구도는 크게 두가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은행을 묶는 것과 우량은행간 합병이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구조조정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 조흥 외환은행을 겨냥한 것이다.

대형은행이면서 부실자산이 많기 때문에 다른 은행과 짝짓기하기 보다는 이들 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묶어 부실을 처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들 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이같은 구도는 조기에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29일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는 하반기부터 은행간 합병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시중은행간 구조조정은 크게 국민 주택은행 등 우량 대형은행과 하나 한미 신한은행 등 기업금융이 강한 후발 우량은행간 짝짓기로 결말을 볼 전망이다.

소매금융쪽에 강점이 있는 국민 주택은행은 하나 한미 신한은행을 합병대상으로 선호하고 있다.

일단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있는데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합병이 손쉽게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은행은 하나은행과 합병을 논의했다가 주춤해지자 최근에는 한미은행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역시 하나 한미 신한은행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민은행 김상훈 행장은 최근 "부실은행과는 합병하지 않겠다"며 일각에서 거론되는 외환은행과의 합병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한빛 조흥은행 등의 금융지주회사에 포함되거나 다른 은행과 합병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전망이다.

변수는 하나 한미 신한은행 등 후발은행들의 움직임.

우량은행이지만 자산규모가 작기 때문에 다른 은행의 합병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합병구도가 큰 폭으로 변할 것이라는 얘기다.

일단 이들 은행은 대외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독자생존을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 은행 역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물밑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들 은행은 대형 시중은행과의 합병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과거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간 합병에서 보듯이 규모가 작은 한 쪽이 "먹히는" 합병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 한미 신한은행간 합병구도가 유력하게 이야기되는 것은 이래서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