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본과는 다른 길을 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스크에 텍스트나 영상정보를 기록,재생할 수있는 차세대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개발에서 특정규격을 채택하지 않고 둘다 채용하는 전략을 펴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차세대 DVD규격은 기술적으로 한발 앞선 일본에선 파이오니아가 DVD-RW규격의 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마쓰시타가 최근 "DVD램규격"제품을 내놔 양분되고 있다.

차세대 DVD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전자업체들의 판이한 전략중 어느쪽이 적중하느냐에 따라 세계전자업계의 판도변화에도 상당한 여파가 예상된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DVD램 방식은 PC주변기기로서,DVD-RW방식은 오디오비디오기기로서 적합한 성격을 갖는 등 시장 타켓이 명확히 구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따라서 양 규격이 시장에서 병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각각의 규격에 맞는 제품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업체들은 일본업체들이 서로다른 규격을 쓴 제품을 내놓은 것은 시장선점을 위한 자존심 경쟁과 특정제품에 전문화된 업체들의 속성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DVD제품은 2~3년뒤엔 두 규격을 모두 충족할 수있는 멀티통합형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일본업체들도 현재 업체들의 제품특성에 따라 특정진영을 지지(참여)하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결국 국내업체와 비슷한 전략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체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이번 DVD 규격 경쟁이 과거 VTR에서 소니(베타)와 마쓰시타(VHS)가 경쟁을 해 VHS가 일방적으로 승리한 싸움과는 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전자는 우선 DVD-RW규격에 맞춘 VDR(비디오 디스크 레코더)를 독자 개발해 올해말쯤 선보이고 DVD램규격에 맞는 드라이브도 내년중반쯤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2~3년뒤 이 제품 시장이 본격화되면 양 규격을 모두 수용하는 멀티기능의 통합세트 제품도 개발할 방침이라고 LG관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LG와 유사한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엄성현 연구위원은 "DVD램은 디스크를 방사형의 물리적인 섹터로 구분해 정보를 기록토록 한 것이 특징"이라며 "텍스트와 같은 단속적 정보를 넣는데 편리하다"고 말했다.

텍스트 정보이용이 많은 PC에서 데이터의 편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DVD-RW는 디스크에 정보를 한줄로 연속 기록토록 하고 있다.

이 규격은 동작이 연속되는 영화등 동영상 정보를 기록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품은 오디오비디오 업체들이 선호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일반화된 DVD 플레이어는 이미 기록된 타이틀을 단지 재생하는 기기이며 차세대 제품은 디스크에 텍스트나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기록해 재생할 수있다.

삼성과 LG는 DVD규격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인 DVD포럼의 운영위원회(세계 17개사 참여중)에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LG전자는 차세대 규격에만 각각 8개씩의 특허 기술을 제시해 표준기술화를 이뤘다.

삼성전자도 상당수의 특허를 차세대 규격에 채택한 상태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 규격 제품이 나와 시장이 본격 형성될 시기쯤엔 상쇄특허 등을 통해 로열티를 크게 줄일 수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