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EMC BEA.

전세계 네트워크 장비, 스토리지, 미들웨어 시장을 각각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기업들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전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시스코 BEA는 70%씩, EMC는 35%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의 경쟁자로 나선 기업은 루슨트테크놀러지 HP 컴팩 등 미국 기업들.

인터넷 붐을 탄 시장의 급속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은 이들의 위용에 가려 발붙일 엄두를 못냈다.

대기업들조차 이들의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역할에 그쳐야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고 기술로 정면 승부하는 벤처기업들이 있다.

바로 한아시스템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티맥스소프트가 그들이다.

이들 기업은 공통점이 많다.

첫번째가 대기업들도 일찌감치 포기한 분야에서 1백% 국산 기술로 선진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는 전체 직원의 40%가 기술인력이다.

이들중 대부분은 지난 87년 정부주도로 추진된 국산 주전산기 타이콤(Ticom) 개발에 참여했던 인력들이다.

정갑석 사장은 "국내 시스템 엔지니어링분야의 고급인력은 1백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이중 절반이 우리 회사에 있다"고 자랑한다.

실패로 끝난 타이콤 개발사업이 저장장치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국가로 받돋움하는데 기여를 한 셈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저장장치 관련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RAID시스템은 기업별로는 EMC HP 후지쯔USA에 이어 네번째, 국가별로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이 회사의 제품은 경쟁업체에 비해 40%이상 저렴하다.

한아시스템의 신동주 사장을 비롯한 기술진은 통신 프로토콜에 관한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91년 창업이후 대기업의 기술용역 등을 통해 기반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미 95년에는 기술집약형 제품을 40여종이나 자체개발할 정도로 업계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98년 출시된 러슬 라우터시리즈는 시스코사의 제품을 철저히 분석한 후 만들어진 제품답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 회사는 현재 소형라우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태맥스소프트의 연구개발진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박대연 교수와 그 제자들이다.

박 교수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한번 연구를 시작하면 "혼을 바친다"는 생각으로 컴퓨터에 빠져든다.

그가 개발한 TP모니터인 티맥스시리즈는 각종 성능테스트에서 경쟁사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가격도 30%나 싸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웹서버와 세계 최초의 웹통합 미들웨어를 개발해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골라앗과 싸움은 순탄치 않았다.

수많은 절망의 늪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국산은 안된다는 고정관념과 무명기업에 대한 불신감이 그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티맥스는 제품출시후 1년반동안 모든 기업으로 외면을 당했다.

박희순 사장이 직접 무려 4백곳의 고객사를 방문하며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했지만 허사였다.

그래서 박 사장은 전산담당자와 "왜 우수한 제품을 쓰지 않느냐"며 멱살잡이를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제품성능 테스트를 한 후 티맥스를 도입하면서 길이 트였다.

한아시스템의 신동주 사장도 외국제품에 대한 맹신에 시달렸다.

94년 자체개발한 보드와 랜카드도 외국제품에 비해 절반 가격에 불과했으나 시장은 외면했다.

그는 돈줄을 쥔 은행 대리에게 "대표이사를 두글자로 줄이면 대리니까 나를 신대리로 불러달라"며 통사정을 하면서 간신히 운영자금을 마련하곤 했다.

그에게는 IMF가 위기이자 기회였다.

회사는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몰렸지만 고객사들이 가격이 저렴한 한아시스템의 장비를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는 전략으로 시장의 불신을 극복했다.

저장장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서버시장을 먼저 집중 공략했다.

서버시장은 많은 기업들이 진입해 경쟁이 치열한데다 마진이 적었다.

이 회사는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디자인을 차별화해 틈새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이들 기업은 경쟁사와의 "전선"을 세계시장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티맥스소프트는 오는 7월초 아예 본사를 미국 실리콘 밸리로 옮길 예정이다.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주식 액면가의 2백배로 투자하겠다는 제안도 받아 놓고 있다.

신제품인 웹서버 WebtoB와 웹미들웨어 WebInOne만으로 앞으로 5년동안 약 1천6백억원의 수입대체효과와 3천억원의 수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게 박 사장의 얘기다.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는 올해 전세계 20여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총판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정 사장은 "저장장치는 자체 기술을 가진 국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며 "올해 해외부문에서 1백50억원의 매출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시스템은 올해를 수출원년으로 삼았다.

1단계로 중국 일본 동남아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에 OEM 방식으로 수출한 소형라우터가 월 1백대씩 팔리고 있는 등 시장 반응도 좋다.

신 사장은 "일본과 중국의 대형기업과 현지법인 설립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매출(2백16억원)의 4~5배까지 성장이 가능할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