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듯이 나는 자주 밤을 새고,끼니를 거르고,운동이라고는 통 하지 않는다.

몸을 혹사하고 살기 때문에 어깨나 허리 결림,손목 통증이나 편두통 등등 가운데 한가지가 찾아오지 않는 날은 맹숭맹숭해져 기분이 이상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낯선 통증이 생기면 덜컥 겁이 난다.

신체 어느 부위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가,평소 모자라던 상상력이 끝간 데 없이 뻗어나가는 것이다.

재작년 초봄,일주일째 익숙하지 않은 통증에 시달리던 나는 책장의 의학관련 서적을 모조리 섭렵한 끝에 결국 종합병원의 내과를 찾아갔다.

가슴 한가운데에서 등뒤로 관통하듯 뜨끔뜨끔하던 것이 차츰 심해진다는 내 말에 의사는 먼저 X-ray 를 찍고 혈액 검사를 하기를 권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며칠 동안 나는 몹시 우울하고 턱없이 경건해지고 매사에 조심스러워졌다.

예의 상상력이 사소한 일들까지 지배한 결과였다.

사흘 후 잔뜩 긴장한 채 찾아간 내게 의사는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아픈가요?" 무언가 내게 숨기고 있지는 않은지,의사의 표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내가 물었다.

"근육이 아픈 거지요.

팔이나 다리에처럼 몸 속의 근육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건 참 싱거운 이야기였다.

내장 깊숙한 곳의 근육통이라니-.

그날 나는 친구 하나를 불러내서 걸판지게 점심을 샀다.

예기치 않은 통증 덕분에 내 몸과 내 시간과 나를 둘러 싼 사람들과 일들에 대해 점검하고 다독이는 "과외의 소득"을 얻은 것을 기념하면서.신기하게도 작년 봄과 올 봄에도 내 몸은 비슷한 증상을 내게 호소했고 나는 못이기는 척 병원을 찾았다.

이를테면 내 몸은 내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어느 부분에 이상이 오기 전 "check engine "이라는 빨간 등이 켜지는 자동차처럼.사람과 사람 사이,일과 일 사이에도 그런 경고등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련해서,혹은 무책임하고 게을러서,때로는 비겁해서 무시하고 지나치는 붉은 등이.